이주노동자의 고통으로 점철된 고용허가제 11년
- 고용허가제 폐지하고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을 보장하라!


오늘 2015년 8월 17일로 고용허가제가 시행된 지 꼭 11년이 됐다. 정부는 고용허가제가 성공적인 ‘이주 관리 시스템’으로 정착했다고 자화자찬한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들, 노동운동 진영과 진보 단체들은 모두 고용허가제를 폐지하라고 요구한다. 정부의 주장과 달리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전혀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판 노예제’로 불리던 산업연수생제도에 대한 끊임없는 폐지 요구 끝에 고용허가제를 도입하면서, 정부는 이주노동자도 내국인과 동등하게 근로기준법 등을 적용 받고 노동3권을 보장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고용허가제 시행이 야만적인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추방과 함께 시작됐다는 것만 봐도 이 말이 얼마나 위선적인가를 알 수 있다. 이런 단속 추방이 여전히 계속 되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가 설립한지 10년이 넘도록 이주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있고, 이에 맞서 이주노조가 농성 투쟁을 벌이는 지금의 현실이 이주노동들의 노동권이 어떤 상황에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을 극도로 제한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노동3권은커녕 ‘노동력을 팔 권리’, ‘직업 선택의 자유’라는 자본주의의 알량한 상식마저 부정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은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내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임금체불이나 폭언∙폭행 등 인권침해를 당해도 입증 책임이 이주노동자에게 있어 사업장을 옮기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이주노동자들은 고용허가제가 “강제 노동”을 강요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제앰네스티에서도 고용허가제가 강제노동을 강요한다고 지적하는 보고서까지 낸 바 있다.

정부는 ‘내국인 일자리 보호’를 그 명분으로 이런 제약들을 정당화한다. 그러나 이는 이주노동자를 사업주에게 종속시켜 저임금과 취약한 조건에 내모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한 거짓말일 뿐이다. 마치 정부가 기존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고 고용을 불안정하게 만들며 비정규직을 늘리는 개악을 추진하는 것이 이중노동시장을 개선하는 길이라고 말하는 것이 ‘사기’인 것처럼 말이다.
기업들의 사내 유보금이 7백조 원이 넘게 쌓이는 동안 정부와 기업들은 질 좋은 일자리 창출을 외면해 왔다. 이로 인해 청년 실업은 심각해지는 동안 이주노동자들은 3D 업종이라 한국인들이 기피하는 곳의 노동력 부족을 메워 왔다.
결국 정부의 논리는 내국인들이 눈높이를 낮춰 더 열악한 일자리라도 감수하라는 주장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정부가 ‘내국인 일자리 보호’ 운운하려면 고용허가제 직장 변경을 금지할 것이 아니라 노동시장 구조 개악을 중단하고 노동권이 보장되는 질 좋은 일자리 창출에 나서야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 이래로 이주노동자들의 처지는 훨씬 더 악화돼 왔다. 이명박 정부는 수습 기간에 최저임금 미적용, 임금에서 숙식비 공제 등의 조처로 임금을 삭감할 수 있게 해줬고, 2012년에는 제한된 범위의 사업장 변경 선택권조차 박탈했다. 박근혜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이 출국한 후에나 퇴직금을 수령할 수 있게 하는 사실상 퇴직금 강탈 제도를 도입했다. ‘강제 근로’를 금지하고 퇴직금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근로기준법이 도대체 어디에서 적용되고 있다는 말인가!
이처럼 고용허가제 11년 동안의 제도 변화는 철저히 사용자들의 편의와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 고용허가제 도입 초기 3년이었던 체류기간을 4년 10개월로 연장했고 일부는 최장 9년 8개월까지 계약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면서도 어떻게든 이주노동자의 정주는 막으려 한다. 투자자나 소위 ‘전문 인력’에게는 온갖 출입국 행정 편의를 봐주고 영주 자격 취득도 쉽게 해주면서 이주노동자에 대해서는 제도적으로 영주를 불허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차별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
고용허가제는 지난 11년 동안 이주노동자들을 고통과 무권리 상태로 내몰아왔다. 정부는 고용허가제를 즉각 폐지하고 이주노동자들의 온전한 노동3권을 온전히 보장하는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 우리는 모든 이주노동자들의 인권과 노동권을 쟁취하는 그 날까지 함께 투쟁해나갈 것이다.

2015년 8월 14일
고용허가제 11년 규탄 공동기자회견 참가단체 일동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경산외국인근로자센터, 광주외국인노동자센터, 발안외국인노동자의집중국동포의집, 부천이주노동복지센터, (사)지구촌사랑나눔, (사)한국이주민건강협회 희망의 친구들, (사)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아산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아시아인권문화연대, 남양주시외국인복지센터, 외국인이주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 용산나눔의집,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의정부EXODUS, 인천외국인노동자센터, 파주샬롬의집, 포천나눔의집이주민지원센터)
이주인권연대 (경산(경북)이주노동자센터, 경주이주노동자센터, (사)이주민과함께, 아시아의창, 안산이주민센터, 양산외국인노동자의집, 울산이주민센터, 이주민노동인권센터, 지구인의정류장, 천안모이세, 한국이주인권센터)
이주노동자 차별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경기이주공대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구속노동자후원회, 노동당, 노동사회과학연구소, 노동전선, 노동자연대,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 녹색당 소수자인권특별위원회, 문화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노동위원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사)한국불교종단협의회인권위원회, 사회진보연대, 서울경인이주노동자노동조합(MTU), 아시아의창, 연구공간 수유+너머, 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 이주노동희망센터, 이주민방송(MWTV), 인권단체연석회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 전국빈민연합, 전국철거민연합, 전국학생행진, 지구인의정류장, 천주교인권위원회, 필리핀공동체카사마코,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한국이주인권센터)
경기이주공대위 무지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