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농촌지역에 1~3개월 단위로 초단기간 노동을 하고 돌아가는 외국인 ‘계절노동자’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별다른 의견수렴 절차도 없이 ‘2015~2019 국가재정운용계획’에 제도 도입 추진으로 나와 있어서 졸속 정책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법무부는 “외국인 인력정책은 장기간 채용을 맞춰져 있어서 농업의 지역적, 계절적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여 농번기 인력난을 양산 하고 있으며, 현재 많은 농촌지역 현장에서는 불법체류 외국인을 고용 하는 등 불법을 양산하는 문제 발생”하고 있다며 “효과적으로 외국인력을 공급”하기 위해 이 제도를 도입한다고 한다. 이를 위해 올해 하반기에 일부 지자체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한다고 한다.
우리는 그렇지 않아도 가장 열악한 농촌 이주노동자의 인권 상황이 하나도 개선되지 않았는데 또 이런 초단기 계절노동자를 도입하는 것은 노동착취와 인권침해만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본다. 정부는 계절노동자 제도 도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어떻게 이런 막무가내식 저질 정책을 내놓을 수 있단 말인가.
2013년 국가인권위원회가 펴낸 <농축산업 이주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농촌 이주노동자 월평균 휴일은 2.1일에 불과하고 월평균 근무시간은 283.7시간에 달한다. 월 300시간 이상 일하는 사람이 1/3이나 되었다. 최저임금 이하를 받는 노동자가 71.1%였으며, 원래 고용된 사업장이 아닌 다른 장소에 불법적으로 파견되어 일한 경험이 있는 노동자가 60.9%였다. 68.9%는 임금 체불을 경험했으며 끝까지 임금을 받지 못한 경우도 32.9%나 되었다. 또한 67.7%가 컨테이너나 샌드위치판넬로 만든 가건물에 거주하며, 욕실과 방에 잠금장치조차 없는 경우가 44.7%였다. 화장실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39.8%였다. 더욱이 여성 이주노동자 가운데 성희롱이나 성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30.8%에 달했다. 신분증을 고용주가 강제로 빼앗았다는 응답도 15.5%였고, 부당한 처우에 항의했더니 해고・이탈신고・추방 등을 빌미로 협박을 당했다는 응답도 47.2%나 되었다. 75.8%는 욕설이나 폭언을 들은 경험이 있어서 욕설이나 폭언은 매우 일상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앰네스티도 2014년 펴낸 보고서 <고통을 수확하다>를 통해 농업분야 이주노동자가 착취와 강제노동에 시달리고 있음을 알리고 근본적 정책 개선을 촉구한 바 있다.
이러한 무수한 문제점은 하나도 해결하지 않으면서 편의적으로 초단기 계절노동자를 도입한다는 것은 노동착취와 인권침해를 더욱 양산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1~3개월만 일하게 되면 이주노동자는 한국어가 더 서투를 것인데, 부당한 일을 당해도 항의하기 어렵고 체류기간이 짧아 문제해결할 시간도 없을 것이다. 비일비재한 임금체불, 인권침해에 고통만 당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현대판 머슴제도를 또 만드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잘못된 제도가 잘못된 결과를 만들어 내기 전에 즉각 중단하고, 농촌 이주노동자의 근로조건과 인권실태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더 이상 이주노동자의 피눈물을 짜내는 것은 안된다.
2015. 10. 6
이주노동자 차별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경기이주공대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구속노동자후원회, 노동당, 노동사회과학연구소, 노동전선, 노동자연대,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 녹색당소수자인권특별위원회, 문화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노동위원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사)한국불교종단협의회인권위원회, 사회진보연대, 서울경인이주노동자노동조합(MTU), 아시아의창, 연구공간 수유+너머, 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 이주민방송(MWTV), 인권단체연석회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 전국빈민연합, 전국철거민연합,전국학생행진, 지구인의정류장, 천주교인권위원회, 필리핀공동체카사마코,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한국이주인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