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쫓겨나지 않는 세상, 빈곤을 철폐하자!
10월 17일, 오늘은 UN이 정한 세계 빈곤퇴치의 날이다. 그러나 우리는 빈곤이 구호나 기부를 통해 퇴치되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이들이 함께 힘을 모아 싸워서 철폐해야할 대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오늘을 빈곤철폐의 날로 이름붙이고 가난한 이들 모두가 거리에 나와 우리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국내 30대 그룹 268개 계열사들의 사내유보금이 올해 3월을 기준으로 무려 710조원을 넘어섰다. 재벌들의 곳간은 이렇게 넘쳐나는데 정작 서민들의 살림은 가계부채 1150조원에 육박해 역대 최대 금액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도 재벌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커녕 노동자들의 등골을 더욱 착취하기 위한 방안을 정치권과 함께 밀어붙이고 있다. 자본가·정권은 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을 향해 쉬운 해고와 임금 삭감의 칼을 겨누고 있고, 청년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향해선 평생 비정규직의 칼을 씌우려 하고 있다. 안정된 일자리에서 쫓겨난 이들은 결국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권의 칼날은 가난한 이들에게 더욱 매섭게 다가온다. 대선기간 남발했던 복지공약들이 모두 휘발된 것은 물론이고, 현재 시행중인 복지사업들조차 줄줄이 축소되고 있는 실정이다. 작년 송파 세 모녀의 죽음 앞에 가슴이 아프다던 대통령은 어디가고, 이름조차 무색한 송파 세 모녀 법이 시행되면서 수급권자들만 혼란과 고통을 겪고 있다. 예산 중심의 천박한 복지 철학은 가난한 이들을 모두 태우기엔 턱없이 작은 배를 띄우곤 계속해서 하나둘씩 떨어뜨리고 있다. 이렇게 삶의 끝자락에서 밀려난 이들이 갈 곳은 결국 죽음뿐이다.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들은 해고를 당해 일터에서 쫓아낸다. 이들의 집이나 가게가 개발지역에 속하면 철거민이 되고, 건물주에 의해 쫓겨나면 빈털터리 임차인이 된다. 가게에서 밀려나 노점이라도 차릴라치면 노점상은 불법이라며 계고장을 붙이고 마차를 수거해간다. 이렇게 자신의 소득을 모두 사라져 수급 신청이라도 해보기엔 복지의 문은 너무 좁다. 결국 아무 것도 없이 맨몸으로 나와 지하 역사에서 박스라도 덮고 자려 할 때 이들은 그 공간에서조차 공공질서라는 이름하에 쫓겨나 버린다.
여기 모인 우리는 모두 이렇게 쫓겨났고, 쫓겨나고 있는 사람들이다. 세련된 고층 빌딩이 즐비하고, 밤새 불이 꺼지지 않고 반짝거리는 이 화려한 도시에서 우리에게 허락된 곳은 어디에도 없다. 우리의 빈곤은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다. 가진 자들이 쥐고 흔드는 세상에서 삶의 터전, 삶의 끝자락에서 밀려나고 쫓겨났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쫓겨나지 않기 위한 싸움을 시작할 것이다. 빼앗긴 우리의 삶을 탈환하기 위해 모두 함께 빈곤 철폐의 목소리를 낼 것이다. 그리하여 그 누구도 쫓겨나지 않는 세상을 만들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쫓겨나지 않겠다!
- 집에서, 가게에서, 거리에서, 더 이상 쫓겨나지 않겠다!
- 가난한 이들을 삶에서 몰아내는 세상, 빈곤을 철폐하자!
- 누구도 쫓겨나지 않는 세상, 빈곤을 철폐하자!
2015년 10월 17일
1017 빈곤철폐의 날 투쟁대회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