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지도부 회동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역사교과서에 대해 발언한 내용이 가관이다. 언론에 따르면 박대통령은 “역사교과서 집필진의 80%가 좌편향된 역사관을 갖고 있다”, “자라나는 세대에게 우리나라의 자부심과 정통성을 심어줘야 통일시대를 대비할 수 있다”는 등의 말을 했다고 한다. 아무리 대통령이 친일이나 박정희 개발독재를 정당화하고 보수우파적 시각의 교과서를 만들고 싶어 한다지만 해도 너무한 발언이다. 교과서 논란을 일으켜 핵심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정치적 저의가 너무나 뻔하다.
자라나는 세대가 나라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지 못하는 게 과연 교과서 때문인가. 번지수를 한참 잘못 찾았다. 끔찍한 입시경쟁 등으로 인해 청소년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이 된 지 오래다. 어린이 삶의 만족도는 OECD 꼴찌다. 대학생과 청년들이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기란 하늘의 별따기가 되어버렸다. 치솟은 청년실업률, 늘어난 비정규직, 희망고문일 뿐인 인턴채용 등으로 고통 받는 많은 청년들이 ‘헬조선’이라 자조하고 있지 않은가.
박근혜 정권은 경제침체의 부담을 재벌과 부자들이 아니라 노동자 민중에게 전가하고 있다. 심지어 해고를 더 쉽게하고 임금을 깎고 비정규직을 양산하며 노동조합을 무력화하려는 노동개악까지 밀어붙이고 있다. 또한 각종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무분별한 개방으로 농민생존권이 나락에 떨어졌는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까지 가입하겠다고 한다. 여기에 더해 아베 정부의 재무장도 용인하면서 한미일 군사동맹은 한층 더 강화되는 추세다.
박근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이런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재벌 대기업의 이윤만 챙겨주고 노동자 민중의 생존은 나몰라라 하는 박근혜 정부는 교과서에서도 노동자에 대한 착취, 독재정권에 의한 억압의 역사를 지우려 한다. 사실상의 한일 FTA라 불리는 TPP 가입과 한일 군사동맹을 추진하는 박근혜 정부는 교과서에서도 일본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려 한다.
현재 각계각층에서 대다수 시민들이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박근혜 정권은 그 의미를 정확히 깨달아야 한다. 역사교과서 문제로 드러났지만 이러한 비판 여론과 행동들은 현 정권의 수많은 실정과 억압조치에 대한 준엄한 비판이다.
박근혜 정권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우리는 정권 입맛대로 교과서가 뒤바뀌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우리는 박근혜 정권의 친재벌․반노동 정책과 한미일 군사동맹 강화 시도에 맞설 것이다. 진정한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모든 이들과 함께 끝까지 싸워 나갈 것이다.
2015년 10월 26일
사회진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