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방지와 대책수립을 요구한 정당한 노조활동에
재갈을 물리고자 하는 현대차/검,경찰을 규탄한다!
지난 7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1공장 의장 1부에서 사람 키만한 철제 장비(마운팅 볼팅 시스템 장비)가 맞은편 작업자 자리로 추락하는 사고가 있었다. 다행히 작업자가 급히 몸을 피한 덕에 재해는 경미한 정도에서 그쳤다.
아니, 다행이 아니었다. 추락하는 장비에 깔리지 않은 탓에 재해자는 현재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산재 인정 투쟁을 함께 한 엄길정 1공장 공동현장조직위원회 의장에게는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안전사고를 조작했다는 혐의다.
사고 당시부터 현대자동차 사측은 ‘안전사고’를 부정했다. 사건을 ‘장비고장 사고’로 축소하며 라인 재가동에만 신경을 곤두세웠다. 사람이 있던 장소에 철제 장비가 추락한 사건이다. 넘어진 철제 장비를 붙잡는 과정에서 작업자가 부상을 입고 ‘요추부 염좌’라는 진단을 받았음에도 현대자동차는 재해자가 바로 병원에 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안전사고임을 부정했다.
재발방지-대책마련을 합의하기 전에는 라인을 가동시킬 수는 없다는 노동조합 대의원들과 활동가들에게 회사는 관리자를 동원해 물리적 폭력을 가했다. 라인 정지의 책임을 물어 징계와 고소고발을 남발하더니, 결국 안전사고 투쟁에 앞장선 엄길정 의장을 구속하기에 이른다.
영장발부 사유는 이러하다. 엄길정 현장위원이 다친 조합원에게 ‘혹시 모르니 병원 검사를 받으라’고 말한 것 등이 안전사고를 조작하고 업무를 방해한 행위라는 것이다.
안전사고 조작자는, 현대자동차다!
엄길정이라는 자가 평화로운 일터의 업무를 방해했는가? 안전사고를 조작했는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는 안전사고를 조작할 필요가 없다. 사고는 이미 비일비재하다. 앞서 7월 사고 후, 4개월 동안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의장 1부 11라인 16반에서 일어난 재해사고만 4건이다. 한 달에 한 번 꼴로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 11월 5일, 불량작업을 수정하던 파트장(조장)이 기계에 몸이 끼어 의식을 잃고 후송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상부 라인에 올라 불량 제거작업을 함에도 라인을 멈추지 않은 것이다. 가동을 멈추지 않은 운반장비(행거)가 움직였고, 작업 노동자는 행거와 기둥에 끼어 협착 사고를 당했다. 온몸에 저산소증이 왔고,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
왜 라인을 멈추고 작업을 하지 않았는가. 라인가동률로 쪼아대고, 인사고과를 운운하니 불량 작업 시에도 라인을 멈출 수 없다. 사고의 원인은 늘 비슷하다. 매뉴얼대로 지시하지 않아, 안전장비를 갖추지 않아, 장비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생긴다. 7월 이후, 의장 1부 11라인에서 발생한 안전사고들도 여기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안전사고 조장을 누가했다고 보아야 하는가? 작업지시를 내리고 인원과 장비 투여를 결정하는 것은 현대자동차이다. 반복되는 안전 사고의 책임자, 아니 조작자는 가동률 향상-이윤율 상승에 혈안이 되어 안전은 뒤로 한 채 재해사고가 났음에도 이를 축소하고 은폐하려 든 현대자동차 회사이다.
그러나 경검이 잡아가둔 이는 기업이 아니다. 일터의 안전을 지키겠다고 싸운 현장위원이다. 산재사고를 낸 기업에게는 책임을 묻지도 않는, 사람이 죽는 중대재해가 나도 기업에는 몇 백만원짜리 벌금이나 때리는 이 나라가, 안전을 요구한 노동자에게는 죄를 묻고 있다.
구속 영장 발부는 입 다물고 일하라는 현장통제다!
7월 안전사고를 인정하라며 라인 재가동을 막은 대의원과 조합원들은 무노동 무임금 적용과 징계, 고소고발을 당했다. 엄길정 의장에게는 체포영장 발부 하루 만에 영장이 청구되고 구속이 결정됐다. 기획수사를 의심할 만큼 빠르고 과도한 처리이다.
의도야 뻔하다. 축소하고 통제하기 위함이다. 무엇을? 산재 사고를? 아니 더 나아가 산업재해를 산업재해라, 안전사고를 안전사고라 부를 수 있는 일터의 목소리를 통제하려 한다. 위험한 상황을 거부하고 자신의 안전을 위해 작업 라인을 멈출 수 있는 노동자의 권리인 작업중지권은커녕, 산재를 산재라 부를 수 있는 목소리인 현장의 힘마저 죽이려 한다.
과연 현대자동차 의장1부 11라인에서만 이토록 잦은 사고가 난 것이겠는가. 다른 공정에도 이와 비슷하게, 아니 더 잦은 산재사고가 발생했을 터이다. 그러나 이들 사고는 현대차 1공장 이사가 입장문으로도 밝혔듯 “대부분이 협의조차 진행되지 않았고, 나머지 사고 또한 협의 시간이 40분정도로 마무리 됐다”. 안전사고가 작비고장 사고로 축소되거나 은폐된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이를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그들은 모든 산재사고가 이렇게 처리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안전사고 걱정하지 않고 노동강도를 높일 수 있다. 가동률을 향상하고 적은 비용으로 큰 이윤을 얻는다. 그렇기에 ‘재해자의 건강과 상해 정도를 파악하여 대응하려는’ 노동조합 간부의 정당한 활동을 탄압하려 든다.
엄길정 의장에게 발부된 구속영장은 현대자동차가 검찰 권력을 등에 업고 진행하는 현장통제이다. 노동자에게 입 다물고 죽도록 일하라는 압박이다. 우리는 정당한 노조 활동에 재갈을 물리려는 현대자동차의 현장통제와 엄길정 의장 구속을 단호히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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