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오늘로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물대포에 의해 쓰러지신 지 317일째가 되었다.
 그간 백남기 농민은 참으로 어렵게 어렵게 지금까지 버텨오셨지만, 안타깝게도 며칠 전부터 매우 위독하신 상태이며, 병원 의료진에 따르면, 당장 돌아가셔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박근혜 정권이 최소한의 양심이 있는 정권이라면 지금이라도 당장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사과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그리고 제 2, 제 3의 백남기 농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재발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행보는 국가가 국가이기 위한 너무나도 당연한 상식적인 행보라고 하겠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박근혜 정권은 이럴 생각이 없는 듯하다. 
 
심지어는 검찰이 나서서 부검을 하겠다는 의도를 명확히 하는 것이 보인다.
백남기 농민을 두 번 죽이는 것이다. 또 그렇게 수사를 회피해오던 검찰이 이제 백남기 농민이 위독해지자 득달같이 달려들어 ‘부검’을 운운하고 있는 것은 막장으로 치닫는 이 정권의 끝 간 데 없는 후안무치함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부검을 한다는 것은 사인이 불명확했을 때 하는 것 아닌가? 무엇이 분명하지 않단 말인가! 
 
 지난 11월14일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직후 이루어진 국가인권위의 조사에서 당시 뇌수술을 담당한 집도의는 인권위 조사관에게 “단순 외상이 아니라 높은 곳에서 떨어진 사람에게 나타나는 임상소견이다.”, “그냥 서 있다가 넘어질 때 상처와는 전혀 다르다“고 진술한 바 있다. 여기에 경찰이 살인 물대포로 백남기 농민에게 치명상을 입히는 영상이 도처에 존재한다.
 
 누가 봐도 명백하고, 의사까지 확인한 문제에 대해 검찰이 부검을 시도하는 이유는 너무나 뻔하다. 직접적인 원인을 찾겠다며 백남기 농민의 사인이 물대포가 아니라고 발뺌하기 위해, 결국 국가폭력에 의한 살인이라는 사건의 본질을 은폐하거나 물타기 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5년 경찰의 공권력에 의해 희생된 전용철, 홍덕표 농민의 사건에서 검경은 결정적인 증거가 나올 때까지 두 농민의 사인이 경찰의 직접적인 폭력이 아닌 평소에 앓던 지병 때문이라고 우긴 바 있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 백남기대책위와 백남기 농민의 가족들은 검찰의 파렴치한 부검 시도를 강력 규탄하며, 이를 결코 용납할 수 없음을 밝힌다. 검찰은 부검을 운운하기 전에 10개월 간 해태해왔던 수사나 제대로 해야 할 것이며, 만약 가족과 동료들의 동의 없이 부검을 강행할 경우 그 후과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것이다.
 
 한편, 지난 9월 12일, 백남기 농민에 가해진 국가폭력에 대한 청문회를 통해 경찰 당국이 살인 무기인 물대포를 얼마나 무책임하게 다뤘는지가 드러났으며, 누가 봐도 명백한 국가 폭력의 민낯이 일부 드러났다. 그것만으로도 당시의 국가폭력에 대한 지휘책임을 물어 기소하기에 충분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누가 봐도 명백한 살인 진압과 국가 폭력에 대해 어느 누구도 기소되거나 처벌받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증언하는 수많은 영상과 증언이 넘쳐나고, 사건 발생 직후 고발조치가 이뤄졌음에도, 검찰은 이 사건을 무려 10개월째 ‘조사중’이다. 그 10개월이면 이미 책임자들을 구속하고, 1심 재판이 끝나고도 남았을 시간이 아닌가. 이러한 검찰의 행태는 명백한 수사 해태이자 직무유기로, 검찰이 국민의 공복이 아닌 정권의 충견에 불과함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 검찰이기를 포기한 이들에게 더 이상 수사를 맡길 수 없으며, 특별검사 도입을 통한 수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한다.
 
 우리는 이대로 백남기 농민을 보낼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다. 우리는 대통령 사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가 이뤄지는 그날까지 백남기 농민의 곁을 지킬 것이며, 오는 11월 12일 민중총궐기와 결합, 박근혜 정권의 책임을 묻는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백남기 농민의 뜻이라는 점을, 우리는 명확히 알고 있기 때문에 한치도 물러섬 없을 것이다. 사람을 죽음으로 내몬 권력. 살인정권이 응당한 책임을 지도록 만들고야 말 것이다.
또한 백남기 농민이 한생을 다 바쳐 만들려고 한 세상을, 살아남아 있는 우리가 이어받아 한걸음 한걸음 건설해 나갈 것이다. 
 
우리가 모두 백남기다. 국가폭력 책임자를 처벌하라!!
살인정권 박근혜 정권 끝장내자!!
특검으로 진상규명 책임자를 처벌하라!!
백남기를 살려내라!! 백남기를 살려내라!!
  
2016년 9월 25일
백남기 대책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