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게 안전을 노동자에게 권리를”
시민사회·운수노동자선언
국민의 안전과 공공성을 지키는 철도·화물노동자의 파업을 지지합니다.
세월호 참사와 구의역 하청노동자의 죽음에서 우리는 보았습니다.
세월호에서 304명의 죽음은 이윤을 위해 최소한의 안전과 책임의식을 내팽개친 기업의 탐욕과 참사 앞에 존재하지 않은 정부에 의한 살인입니다. 구의역에서 19살 청년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은 공공부문의 효율화라는 미명으로 안전업무 외주화, 위험의 외주화가 만들어낸 살인입니다.
지금도 도로위에서 세월호 참사가 계속 일어나고 있습니다.
화물 교통사고로 지난 10년간 12,319명의 생명이 희생되었습니다. 일반화물 운전자들의 일평균 노동시간은 13.6시간이며 월 평균 323.7시간입니다. 운수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과 사망사고는 원인과 결과입니다.
8월30일 정부가 발표한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에도 4시간 운전에 30분 휴식이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그러나 운전자들의 장시간 노동을 압박하는 운송회사와 (대)기업 화주 등에 대해서 더욱 무거운 처벌을 내리는 외국과는 달리 화물노동자들만 처벌하겠다는 내용입니다.
하루 3,300회 운행의 철도, 하루 800만이 이용하는 지하철도 오래전부터 노란불이 들어왔습니다.
1인 승무에 시달리는 기관사가 연이어 자살하고, 상시적으로 해야 하는 정비, 안전관리는 주기가 단축되고, 전동차 20년 내구연한을 없애겠다고 합니다. 이용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무시되고 효율과 이윤만이 남아있습니다. 이제 그 위로 공공철도지하철의 민영화의 철길이 깔리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희망도 있습니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후 서울메트로에서 직고용한 스크린도어 업무는 장애건수가 확연히 줄고 있습니다. 성수역·강남역·구의역의 귀중한 목숨 값을 헛되이 하지 않는 노동조합의 역할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산재사망 1위의 국가입니다.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하청노동자들,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이름 없는 사망을 제외하고도 산재사망 1위를 놓치지 않습니다. 자정능력을 포기한 정부와 이윤제일의 자본은 무수한 다단계 하청과 미숙련 노동을 양산하고 있습니다. 활주로에서, 부두에서, 물류창고에서 안전장비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한 운수노동자들은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며 자신의 안전조차 지킬 수 없습니다.
이 죽음의 사슬 정점에는 규제완화 정부와 이윤제일 자본이 있습니다.
대중교통의 운송사업자가 최소한의 인력확보도 없이 노동자들을 저임금·장시간 노동으로 내모는 한, 졸음운전과 정비불량으로 인한 국민의 안전 위협은 피할 수 없습니다. 화물운송노동자들이 턱없이 낮은 운임과 지입제 노예계약 아래에서 최소한의 생계를 위해 장시간·밤샘운전을 선택 할 수밖에 없는 한, 도로위의 세월호는 막을 수 없습니다. 국민의 안전과 사회공공성을 지키라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철저하게 외면하는 정부와 자본의 이익창출 명령이 계속되는 한, 국민의 안전은 없습니다.
전국의 철도노동자와 화물노동자들이 총파업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침몰하는 배를 버리고 달아난 세월호의 선장이 될 수 없다’는 철도노동자들의 파업선언은 공공부문 성과퇴출제가 양산할 국민피해를 막고 결국 민영화로 이어질 철도산업을 노동자 스스로 사수하겠다는 의지입니다. 화물노동시장 개혁으로 화물노동자들의 무한 경쟁과 질 낮은 일자리 양산하겠다는 정권을 상대로 국민의 안전과 노동자의 권리를 스스로 지켜내기 위한 화물노동자의 의지입니다.
정부는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투쟁에는 “고임금 노동자가 파업이 웬말”이냐며 왜곡하더니, 가장 열악한 비정규직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파업에는 “국가 경제를 외면한 집단 이기주의”라며 비난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공공부문의 파업에 불법이라는 낙인을 찍고 싶었으나, 국민 대다수로부터 지지받는 파업이 진행되고 있기에 그 화살을 화물노동자들에게 돌리는 비열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합법적인 집회에 폭력 연행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더 이상 숨지 말고 노동자들과 대화하는 합리적인 정부로 돌아오길 촉구합니다.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서 국민의 안전과 공공성을 지켜내기 위한 철도·화물노동자들의 총파업에 전면적인 지지응원을 선언합니다.
죽음을 양산하는 구조적인 문제들에 본질적으로 저항하면서, 세월호의 진상규명과 운수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찾는 일이 바로 국민 모두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내는 일임을 확신합니다. 더 많은 비극적 죽음이 우리가 맞이할 미래 일 수는 없습니다. 노동자가 행복하고, 국민이 안전한 사회를 다 같이 만들어 나갑시다.
2016년 10월 11일
“국민에게 안전을 노동자에게 권리를” 시민사회·운수노동자 안전선언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