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만 바꾼 재벌 원격의료기기 산업 지원 법안?
- 보건복지부는 건강관리서비스와 원격의료 허용의 발판이 될 의료법 개정안 재검토안을 즉각 폐기하라!
지난 3월 17일, 국회 법안소위를 앞두고 보건복지부가 의사-환자 원격의료 허용을 중심 내용으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 재검토안(이하 재검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지난 의료법 개정안과 비교했을 때 명칭이나, 목적 부분에서 많은 것이 달라졌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원격의료 허용을 통한 의료기기 산업 육성 계획을 수정한 것은 절대 아니다. 재검토안에서는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대신 의사-환자 간 건강관리서비스 활성화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의료인들의 반발을 무마하는 한편, 건강관리서비스에 필요한 원격의료 기기 시장을 창출하겠다는 속셈이다.
재검토안에서 눈여겨 봐야할 점은 의료법 제 34조(원격의료)만 개정하는 것에서 제 24조(요양방법 지도)도 개정하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의료법 24조는 “의료인은 환자나 환자의 보호자에게 요양방법이나 그 밖에 건강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지도하여야 한다.”라며 의사의 건강관리 지도에 대한 의무를 담고 있다. 여기에 새로 조항을 신설해 만성질환자에 대해서 원격으로 건강관리 지도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 제정이 난항을 겪으면서 우회로를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 비의료인이 건강관리서비스를 행했을 때는 의료행위를 하게 될 우려가 있지만, 의료인이 하게 되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복지부는 재검토안을 통해 의사-환자간 원격 건강관리서비스의 법적 토대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그 후 의사-환자간 원격 건강관리서비스부터 활성화시켜서 임상 자료를 축적하는 동시에 원격의료기기 시장을 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여기서 축적된 임상 자료는 진단·처방마저 가능한 본격적인 원격의료 허용을 위해 쓰일 것이다.
지난 2월 28일에 보건복지부가 주도해 열린 제5차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 민·관협의체’ 결과만 봐도 복지부가 원격의료기기 시장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7년 주요과제 중 “원격의료 및 모바일 헬스케어 등을 통한 맞춤형 건강관리 확대한다.”라는 구절이 있다. 여기서 원격의료와 건강관리서비스(모바일 헬스케어)를 하나로 묶어서 제시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원격의료와 건강관리서비스의 공통분모는 바로 원격의료기기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원격의료기기에는 블루투스가 지원되는 원격 혈당계/혈압계/활동량계/체성분계 등이 있다. 이 중에서도 핵심은 원격 활동량계다. 대상자의 육체활동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원격의료에서도, 건강관리서비스에서도 필요성을 주장할 수 있다.
그런데 원격 활동량계는 효과가 없다. 2016년 유명 의학잡지 두 곳(Lancet Diabetes Endocrinology, JAMA)에 활동량계 효과를 장기 연구한 논문이 한 편씩 실렸다. 두 연구 모두에서 활동량계로 인한 운동 증가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었으며 체중이나 혈압 감소 효과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원격 활동량계를 건강증진 효과를 보려고 구입하는 것은 낭비다. 환자 돈이든, 건강보험 재정이든 마찬가지다.
하지만 건강관리서비스가 허용될 경우, 원격 활동량계를 만드는 기업 입장에서는 어마어마한 시장이 생긴다. 정부는 건강관리서비스 대상자로 대사증후군 환자를 지목했다. 국내에만 천만 명이 있다. 어마어마한 시장이 창출되는 셈이다. 하지만 의료기기로써 효과가 없는 이상 이는 어마어마한 낭비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추후 원격 활동량계가 기술 발전을 거듭해 의학적 효과를 거둘 날이 올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기업이 노력해서 이뤄내야 할 일이다. 당장 효과가 없는 의료기기를 정부가 나서서 시범사업을 해주고, 사람들에게 사용을 권유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원격 활동량계는 중소기업도 만들지만, 삼성과 같은 대기업이 선두주자다.
한편, 재검토안에서 만성질환자에 대한 진단·처방은 제외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원격의료기기 시장만 놓고 보면 화상진료기기보다 원격 활동량계/혈압계/혈당계 시장에 더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진단과 처방을 하지 않고 상담과 지도만 하면서도 원격 활동량계/혈압계/혈당계는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진단·처방 제외 조항은 의료인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내놓은 독사과일 뿐이다.
결국 이번 의료법 개정안 재검토안은 원격 의료기기를 활용해 만성질환자에 대한 상담·교육·지도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다. 즉 원격의료라는 표현은 버리되, 원격 의료기기는 살린 간계인 셈이다. 원격 의료기기는 효과가 없기 때문에 건강보험 재정과 서민들 호주머니를 축내기만 할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재벌의 원격의료기기 시장을 육성하기 위한 의료법 재검토안을 폐기하라!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 제정 시도 중단하고 의료기기 관련 규제 완화 정책 폐기하라!
2017년 3월 20일
사회진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