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공동행동 성소수자 혐오에 맞선 공동 선언문 -
“새로운 나라에 혐오가 설 자리는 없다!”
2017년 5월, 한국 사회에는 새로운 나라가 움트는 봄기운이 가득하다. 차가운 겨울을 녹인 촛불의 바다가 10년 간의 불통, 민주주의 파괴, 거짓과 협잡의 정치를 종식시켰다.
지난 10년은 혐오의 시대이기도 했다. 불의와 불평등에 저항하는 사람들, 힘없는 소수자들에게는 종북이니 불순세력이니 테러리스트니 온갖 딱지가 붙었고 침묵과 체념이 강요됐다. 성소수자는 혐오의 정치의 주된 희생양 가운데 하나였다.
성소수자 혐오는 불평등과 부정부패에 침묵하는 자들의 도덕적 무기였다. 어버이연합이나 엄마부대 같은 우익 단체들이 동성애 반대에 앞장섰다. 개혁적 이미지를 추구한 이들에게도 성소수자 인권은 현실의 시험대가 되며 골칫거리 취급을 당했다. 그동안 성소수자들은 노골적인 모욕과 폭력의 물줄기를 맨몸으로 맞는 한편 비겁한 외면과 침묵을 견뎌내야 했다.
혐오의 시간은 각성의 시간이기도 했다. 성소수자들은 존엄한 존재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목소리와 저항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성소수자에게 인권은 목숨이라는 외침, 무지개를 들고 혐오에 맞서는 저항이 성소수자 대중의 경험으로 남았다. 차별금지법 제정,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 혼인할 권리와 다양한 가족구성권 보장이 구체적인 요구로서 담금질됐다.
성소수자는 박근혜 정권 퇴진을 외친 촛불의 일부였으며 존재 자체로 인권과 존엄의 의미에 대한 물음이 됐다. 그 속에서 한국 사회는 소수자를 향한 혐오의 의미와 구실, 효과에 대해 배웠고 모두의 인권을 지키기 위한 연대를 확장했다. 성소수자 운동은 한국의 사회운동과 시민사회의 일원으로 자리잡았다.
차별의 현실은 여전하다. 제도적으로 체계적으로 뿌리 박힌 배제와 무시, 기득권을 활용한 혐오 조장이 계속되고 있다.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구속된 군인은 바로 어제 동성간 성관계를 했다는 죄목으로 재판을 받았다.
육군의 성소수자 군인 색출 수사는 전세계를 경악하게 한 체첸 공화국의 성소수자 마녀사냥의 닮은꼴이었다. 성소수자들이 사용하는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색출과 함정수사를 자행했다. 누군가 단지 성소수자라는 사실만으로 죄인이 되고, 폭력의 희생양이 되고, 손가락질 당하는 현실이 우리가 성소수자 혐오에 맞서 행동해야 하는 이유다.
5월 17일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을 맞아 이곳에 모인 우리는 준엄하게 선언한다.
어떤 성별의 사람을 사랑하든, 자신의 성별이 무엇이라고 느끼고 표현하든,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엄에 예외나 유예는 있을 수 없다. 우리는 모두 존엄하고, 평등하다. 혐오는 우리가 서로를 두려워하고 배척하게 만들지만 우리는 다양성이 공존하고 연대하는 삶을 원한다. 이를 위해 국가는 혐오에 맞서고 차별을 해소할 책무가 있다.
차별이 아니라 평등, 혐오가 아니라 사랑이 가능한 나라를 만들자. 새로운 나라에 혐오가 설 자리는 없다.
2017년 5월 17일
2017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공동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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