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을 빌미로 이주노동자에 대한 반감 조장하는 일부 언론의 왜곡보도 규탄한다!

 

1. 최근 2018년 최저임금이 예년보다 더 높은 수준에서 결정(인상률 16.4%, 시급 7,530원, 월급 157만3770원(주 40시간 월 209시간 기준))되자, <매일경제>를 비롯한 일부 보수 언론들이 중소기업중앙회 등 사측이 주장만 받아서 최저임금이 ‘외국인근로자를 더 우대’ 한다느니, ‘최저임금 미달 근로자 느는데 외국인엔 숙식비까지 제공’한다느니 등의 말을 쏟아내고 있다. 이는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현실은 보지 않고 반감과 차별을 조장할 뿐만 아니라 사실 관계에도 맞지 않는 전형적인 왜곡 보도들로서 강력히 규탄받아 마땅하다. 이주노동자들이 무권리 상태에서 저임금 장시간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는 현실을 조금이라도 들여다본다면 이런 기사들은 쓸 수 없을 것이다.

 

2. 보도에 드러난 잘못된 내용들을 하나씩 짚어보자. 우선, 숙식비가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이주노동자 급여가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기사들은 마치 모든 사업체들이 이주노동자들에게 숙식비를 제공하는 것처럼 쓰고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2008년 이명박 정부의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 이주노동자 숙식비를 임금에서 공제하는 방안을 정했고, 이에 따라 노동부는 '숙식비 근로자 부담 내역 표기'를 추가하여 표준근로계약서 서식을 변경했으며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이를 통해 연간 2081억 원, 업체별로 416만원이 절감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래서 기업들은 현재 대부분 숙식비를 이주노동자에게 부담시킨다. 오히려 과도하게 부담시키는 사례가 많아 올해 초에 노동부가 숙식비 상한선을 정한 업무지침을 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액수는 과도하고, 여전히 비닐하우스나 컨테이너 등 비주거시설을 기숙사로 인정하는 문제가 크다. 제대로 된 화장실과 샤워시설도 없고 여성노동자들에게는 특히 위험한 비닐하우스, 컨테이너에 살게 하면서 30~40만원씩 떼가는 사례가 아직도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주노동자 동의도 받지 않고 회사가 맘대로 숙식비 부담 액수를 정하거나 월급에서 임의로 공제해 버리는 사례가 비일비재한 상황부터 개선해야 할 것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마치 무상으로 숙식이 제공되는 것 마냥 얘기하는 것은 현실에 대한 무지이거나 기업편들기이고 이주노동자에 대한 반감 조장에 다름 아니다. 더욱이, 내국인 노동자라고 해서 숙식비가 없는 것이 아닌데 이주노동자 숙식비만 최저임금에 산입하자는 얘기는 대놓고 차별하자는 것일 뿐이다.

 

3. 두 번째는 상여금이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아서 이주노동자 급여가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최저임금 산입 제외 항목을 규정한 최저임금법 6조 4항 1호는 “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임금 외의 임금으로서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하는 것”이라고 되어 있다. 즉 매월 정기적으로 상여금이 지급된다면 이는 최저임금에 포함된다. 그런데 과연 이주노동자가 매월 정기적으로 상여금을 지급받고 있는가? 그런 사례는 들어 본 적이 없다. 상여금을 몇 달에 한 번이라도 지급받는 경우 자체가 드물다. 오히려 이주노동자들은 하루에 12시간 이상을 노동하면서도 초과근로에 대한 임금이나 여타 수당들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농축산업에서는 법으로 아예 초과근로 할증액을 받을 수 없게 되어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상여금 운운하는 것은 역시나 무지의 소치거나 사용자단체 주장을 그대로 받아 쓴 것일 뿐이다. 또한 숙식비든 상여금이든 이주노동자 최저임금에만 산입하자는 것은 국적, 성별, 신앙,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못하게 규정하는 근로기준법 6조의 균등처우 조항에도 어긋난다.

 

4. 세 번째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이주노동자 송금이 늘어나므로 국부가 유출되고 내수성장에 기여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 역시 아무런 근거도 없는 얘기다. 도대체 이주노동자들은 국내에서 먹지도 않고 옷이나 생필품, 전자제품도 사지 않고 교통수단도 이용하지 않고 휴대전화도 사용하지 않으며 돈을 쓰지 않는다는 말인가? 이주노동자들은 당연히 모든 노동자가 그렇듯이 생산자이기도 하고 소비자이기도 하다. 스스로의 생존과 인간다운 품위, 동료들과의 교류, 자신에 대한 투자 등 여러 가지 소비를 하며 경제와 사회에 기여한다.

 

2016년에 IOM이민정책연구원이 발표한 <국내 이민자의 경제활동과 경제기여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경제활동에 참가하는 96만 명의 이주민들의 생산유발효과는 55.3조원이고 부가가치유발효과는 18.8조원으로 총효과가 74.1조원이라고 한다. 이미 이만한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국부유출을 말하려면 외국 투기자본이나 외국 기업들이 국내에서 외국으로 가져가는 어마어마한 부를 비판해야지 그에 비하면 새발의 피 수준인 이주노동자의 송금액을 문제삼는 것은 앞뒤가 바뀐 행태이다. 이미 이주노동자들은 수십 년 간 한국경제를 아래에서부터 떠받치고 있으며 많은 업종에서 이주노동자 없이 산업이 제대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다. 최소한의 인간다운 대우를 해야 한다는 오랜 요구를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지부터 접근하는 것이 언론의 기본 아닌가.

 

4. 결국 이러한 논리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이주노동자 임금이 늘어나는 것을 용납 못하겠다는 사용자들의 논리를 그대로 반복하는 것일 뿐이다. 애꿎은 이주노동자를 때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반대 분위기를 형성하려는 천박한 작태다. 사용자들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반감을 조장함으로써 비인간적인 대우와 착취를 정당화하려는 것이다. 한국경제가 필요로 해서 들어온 이주노동자에 대해서 한국사회, 정부, 사용자는 그 기여를 정당하게 인정하고 기본적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는 것부터 해야 한다. 언론부터가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

 

2017. 7. 19

이주노동자 차별 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경기이주공대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구속노동자후원회, 노동당, 노동사회과학연구소, 노동자연대, 녹색당소수자인권특별위원회, 대한불교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문화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노동위원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사)한국불교종단협의회인권위원회, 사회변혁노동자당, 사회진보연대, 서울경인이주노동자노동조합(MTU), 아시아의창, 이주노동희망센터, 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 이주민방송(MWTV), 이주민지원센터 친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빈민연합, 전국철거민연합, 전국학생행진, 지구인의정류장, 천주교인권위원회, 필리핀공동체카사마코,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한국이주인권센터, 현장실천사회변혁노동자전선)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부천이주노동복지센터,(사)지구촌사랑나눔,(사)한국이주민건강협회 희망의친구들, (사)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아산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아시아인권문화연대, 남양주샬롬의집, 외국인이주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의정부EXODUS, 인천외국인노동자센터, 파주샬롬의집, 포천나눔의집)
천주교의정부교구이주사목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