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삼성, 무죄라고 억지 부릴 때가 아니라 사회의 요구를 경청할 때다. 
우리는 진정으로 새로운 삼성을 바란다. 
 
2017년 8월 2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5년이 선고되었다. 삼성그룹 역사상 최초로 총수에게 실형이 선고된 점은 의미가 있지만, 낮은 형량에 대한 우려와 아쉬움도 크다. 1심 재판부는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부도덕한 밀착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이재용의 범죄를 정확하게 규정하면서도, 거대하고 조직적인 범죄 행위의 상당부분을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제외시킴으로써 형량을 낮춰주었다. 이로써 뇌물공여, 횡령,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 위증 등의 범죄행위가 모두 인정되면서도 총 형량은 5년에 그치는 아쉬운 결과를 낳았다.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재벌, 특히 삼성은 ‘치외법권’에 가까웠다. 1997년 대선개입, 2002년 차떼기, 2007년 비자금 특검까지 삼성은 죄 값을 제대로 치른 적이 없다. 이번 1심 판결에 대해 세간에서 3‧5법칙을 떠올리며 우려하는 것도 ‘법과 원칙’이 삼성 문 앞에서는 멈춰왔던 역사 때문이다. 
 
삼성은 반(反)헌법적 ‘무노조 경영’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노동3권을 부정해왔다. 심지어 대법원 판결에 의해 ‘S그룹 노사전략’ 문건 작성자가 삼성임이 인정되었지만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삼성 제품을 만드는 원‧하청 공장의 노동자들이 백혈병을 비롯한 각종 직업병과 메탄올 중독으로 생명과 건강을 잃어도 처벌받은 자가 없었다. 
 
우리는 사법 권력이 제대로 심판하지 못한 삼성의 불법행위들에 희생되어왔다. 시민의 힘으로 삼성을 바로잡기 위해 싸워온 우리는 사상초유의 총수 공백 사태를 어떠한 자세로 헤쳐 나가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이 자리를 통해 삼성에게 묻는다. 2심에서도 ‘총수 구출’에 혈안 되어 국민들의 신뢰를 또 다시 깎아먹고 절망을 안겨줄 것인가? 아니면 총수전횡의 과거를 반성하고, 마땅한 법의 심판을 받으며 사회의 요구에 귀 기울여 새로운 삼성으로 거듭날 것인가? 
 
삼성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이 산적해있다. 박근혜 게이트 청문회에서 국민들 앞에 머리를 조아리며 ‘직업병 문제와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막중한 책임을 느끼며,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던 약속이 거짓이 아니었다면 실천으로 보여달라. 
 
- 국민들 앞에 사죄하고 반성하는 자세로 2심 재판에 임하라.  
- 직업병 문제, 진정성 있는 자세로 해결하라.
- 하청 노동자 저임금 문제 해결하고, 원하청 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를 적극적으로 보장하라. 
 
2017년 8월 31일
“이재용 없는 삼성, 새로운 삼성을 바란다”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삼성노동인권지킴이/ 반올림/ 삼성전자서비스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