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일, 북한이 6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북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 핵실험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장착용 수소폭탄 실험이다. 북한이 감행한 역대 여섯 차례의 핵실험 중 가장 폭발력이 크다. 남한 정부에서 예측한 폭발력은 50-150kt인데, 2차 세계대전 당시 나가사키에 투하된 폭탄(21kt)의 2.5배에 달한다. 미국과 중국 정부는 최대 250-860kt에 달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수소폭탄은 원자폭탄 자체를 기폭장치로 쓰는 만큼 기술적으로는 까다롭지만 그만큼 폭발력도 막대하다. 통상 200-400kt 급을 수소폭탄으로 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북한 핵폭탄의 기술력은 상당부분 발전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기술력이 발전되는 만큼 한반도 평화의 발전은 더 멀어져갈 것이다.
민중의 생존을 담보로 펼치는 위험한 도박
8월 중순을 전후로 북미 간 대화의 장이 열릴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의 의도는 무엇인가. 트럼프 정부는 출범 시기부터 대화의 목표는 북한의 비핵화라 못 박았지만 당면한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한다면 당장 대화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고 밝혀왔다. 반면 북한은 중국이 제안한 적 있는 평화협정과 비핵화 병행 추진도 거부한 바 있다. 핵보유국으로서 인정을 받으려한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화의 ‘판돈 키우기’의 일환으로 핵실험을 감행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미 핵무장 능력이 이만큼 발전했으니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라는 것이다.
북한은 도박의 판돈을 키워서 ‘한 방 역전’을 노리는 것이 체제 안전을 위해 필수적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절멸의 핵무기에 올인하는 북한의 도박은 동아시아 민중의 생명과 평화의 파괴로 직결된다. 미국의 군사정책이 한반도 전쟁위기의 근본적이고 역사적인 원인을 제공했지만, 민중의 입장에서 보면 북한 정권 역시 매한가지로 전쟁위기를 고조시키는 행위에 동참하고 있을 뿐이다.
동북아 군비경쟁을 자극하는 북한의 핵무장
북한의 핵개발에 자극받은 동아시아 국가들은 경쟁적으로 군비경쟁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다시 한 번 군사적 행동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일본은 석유 금수조치를 비롯한 더욱 강력한 제재를 주장하는 한편 새로운 미사일방어시스템 도입 등 북한을 빌미로 자국의 재무장을 강화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동아시아, 특히 중국과의 갈등을 심화시킬 사드 배치를 강행하고 있다. 미국과 협의하여 고강도 대북 무력시위 등 군사적 대응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문재인 스스로는 대화의 길을 열기 위한 강력한 응징이라고 한다.
그러나 군사적 압박과 제재 위주의 대북정책은 이미 실패했다. 20여 년간 지속되어온 북핵 개발의 역사를 보라. 북한과 미국은 여러 차례 핵 폐기와 에너지, 경제 지원을 교환하는 대화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은 대북 지원은 의도적으로 미루면서 한미 연합군사훈련 등 군사적 압박 조치를 강화하고는 했다. 한편에서는 지속적으로 대북 제재조치를 강화해왔다. 북한과 어떠한 대화도, 관계 증진도 중단된 사이 북한의 핵능력은 꾸준히 상승했다. 이미 실패한 정책 방향을 또 다시 추진해본들 효과는 미미할 것이다. 그 사이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과 군비경쟁은 더 강화될 것이다.
한편, 보수 진영 일각에서는 또 다시 ‘미국의 전술핵무기 재배치’, ‘독자적 핵무장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심지어 조선일보는 9월 4일 자 사설을 통해 남한 정부의 무력시위 계획에 대해 “북핵 위력의 10만분의 1도 안 되는 재래식 멍텅구리 폭탄 몇 발로”는 소용이 없다며 대놓고 핵무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핵무장은 더더욱 큰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북한은 핵능력 고도화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더불어 관련 국가들도 북한의 핵무장을 구실로 벌이는 일체의 군사적 긴장 조치를 중단해야 한다. 또한 대북압박조치를 주도해온 미국이야말로 북핵 개발의 큰 원인제공자다. 미국은 핵전쟁 위협부터 중단해야 한다.
모든 핵무기에 반대한다
남한의 평화운동은 ‘모든 핵무기에 반대한다’는 관점으로, 어떠한 핵보유도 정당화하지 말아야 한다. 북한의 핵무기가 미국의 군사적 압박에 대한 자위적 조치라는 일부 단체들의 주장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악무한적인 핵 군비경쟁이라는 입장에서 바라보면 북한 역시 더 이상 피해자가 아닌 ‘참여자’이며, ‘게임 체인저’ 위치를 적극적으로 노리고 있다. 인류의 절멸을 불러올 수 있는 핵의 위험성을 인식한다면, 북핵 역시 명확하게 반대해야 한다.
미국의 군사적 압박과 적대정책 규탄과 함께 북한의 핵무장도 명확하게 비판해야 한다. 그래야 남한과 일본의 보수세력이 이끄는 군사적 조치 강화를 일관되게 대중적으로 비판할 수 있다.
모든 핵무기에 반대한다! 북한은 핵무기 고도화 즉각 중단하라!
제재와 압박으로는 평화를 가져올 수 없다! 관련 국가들은 즉각 대화에 나서라!
핵전쟁을 위한 무기체계,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
2017년 9월 4일
사회진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