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기어이 사드 추가 배치를 강행했다. 9월 7일 오전 8시 12분, 사드 차량이 성주 소성리 마을회관을 홀연히 통과했다. 배치에 반대하는 주민들과 연대 대오를 경찰들이 폭력적으로 끌어낸 뒤의 일이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부상자들도 발생했다. 국민들이 당선시킨 문재인이 국민을 상대로 폭력을 휘두른 셈이다.

국민과의 약속을 배신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사드는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의 동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최대 적폐라며 대통령이 되면 최우선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광화문을 수놓은 촛불들과, 김천 성주 주민들 앞에서 말이다.

취임 100일. 문재인 대통령은 본인이 꺼낸 말이라도 지키고 있는가? 민주적, 절차적 정당성이 중요하다며 범정부 합동 TF까지 꾸렸지만 세 달 동안 논의한 것은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겠다는 말 뿐이었다. 명분 쌓기 용 그마저도 환경영향평가서는 군사 기밀이라며 아무 것도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회 비준 동의는 이제 나오지도 않고 있다.

주민들과의 소통도 요식행위에 그쳤다. 주민들을 초청하는 토론회를 연다고 했지만, 이미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를 전제로 하는 행사에 불과했다. 주민들의 의견은 어느 하나 수렴하지 않았다. 그 사이 정부는 배치되지 않은 나머지 4기의 발사대를 ‘임시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주민들에게는 일언반구의 언급조차 없었다. 국방부는 송영무 장관 명의로 된 편지를 가가호호 전달했지만 사드 배치를 하겠다는 앵무새 소리만 적혀있을 뿐이었다.
 
사드 배치는 대화로 가는 길이 아니다

혹여나 사드 배치가 북한을 대화의 장에 나오게 하기 위해, 중국이 북한 비핵화를 더 추동하게 만들기 위한 ‘압박’용 카드라고 생각하는가? 문재인과 트럼프에게 진심으로 묻고 싶다. 북핵 위기 20년. 그 동안 당신들이 말하는 ‘압박’으로 문제가 얼마나 해결되었는지.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니 지도부 참수작전이니 그 온갖 군사적 압박에 북한은 더 한 미사일, 핵 실험으로 대응했다. 중국은 핵무기 능력을 확대하고 한반도로 향하는 감시 레이더를 확장했다. 사드 배치로는 문재인이 주장하는 달빛정책은 물론이고 최근의 한반도 긴장을 완화시키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북한에 대해서도 정확히 같은 말을 돌려주어야 한다. 거듭되는 핵, 미사일 실험으로 한반도와 일본 열도의 국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그 공포가 평화운동의 대중적 토대를 잠식하고 있다. 그 공포가 사드 배치가 정당하다는 목소리를 만들고 더 강력한 한미동맹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만들고 일본의 군사국가화를 추동하고 있다. 핵무장 시도 역시 한반도의 군사적 대결을 강화하고 있을 따름이다.

촛불의 열망을 기억하라

한미 양국 정부는 평화로운 나라에서 살고 싶다는 국민들의 열망을 배신했다. 평화로운 나라, 민주주의가 살아 숨쉬는 나라. 문재인이 공약했던 ‘나라를 나라답게’는 더 이상 청와대에는 없다. 그 길은 사드 배치 규탄을 외치는 성주 소성리에 있다. 김천에 있다. 원불교에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여, 정신 차려라. 약속을 지켜라. 스스로 촛불로 태어난 정부라 자임한다면, 국민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배치된 사드를 당장 빼라. 배치 부지의 공사도 중단하라. 무리한 요구라고 생각하는가? 이것이 당신이 수없이 말해왔던 ‘민주주의’요, ‘촛불의 정신’이다.
 
 
2017년 9월 7일
사회진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