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살인기업 우정사업본부규탄 기자회견문]
산재은폐, 출근종용이 집배원을 죽였다.
 
또 한명의 집배원이 세상을 떠났다. 올해에만 15번째다. 서광주우체국 故이길연 집배원은 오토바이로 배달 업무 중 다쳤지만 공무상재해로 치료받지 못했다. 병가와 연가로 전전하다가 출근 압박에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그는 “두렵다. 이 아픈 몸 이끌고 출근하라네. 사람 취급 안 하네. 가족들 미안해”라는 짧은 유서를 남겼다. 고인이 느꼈을 비애감, 분노, 공포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 고통이 얼마나 컸으면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갔겠는가. 이 유서에는 우정사업본부가 집배원들을 어떻게 대해 왔는지, 우체국에서 왜 죽음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 지가 담겨 있다.
 
故이길연 집배원은 8월 10일 오토바이로 배달 근무 중 중앙선을 침범한 차량과 출동하는 사고를 당했다. 업무 중 일어난 교통사고이기 때문에 당연히 공무상재해로 공식 처리되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일반병가 처리를 통해 산업재해를 은폐하려는 정황이 확인되었다. 우체국이 안전무사고 1,000일 달성을 앞두고 병가로 치료를 받게 해 보고를 누락시켰다는 동료들의 증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인의 몸 상태는 고려하지 않은 채 출근을 종용했다.
 
모든 우체국에서 진행되는 안전무사고 사업 때문에 고인처럼 산재를 당해도 공식적으로 처리 못하고, 제대로 치료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이 얼마나 많을까. 여러 연구에서도 이미 우체국의 산재은폐 정황이 확인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우정사업본부 전남지방우정청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당장 시행하라. 진상을 밝혀내고 산재은폐라는 명백한 위법행위를 한 책임자를 처벌하라.
 
산재은폐를 저지르고 출근 종용까지 한 서광주우체국은 “우리는 편의를 많이 봐줬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위법행위에 대한 반성은커녕, “개인의 기량 문제가 아니겠냐”는 망발을 쏟아내며 고인을 욕되게 하고 있다. 사측의 대응이 이렇다보니 유가족은 “이 사건은 단순자살이 아닌 사측의 횡포에 의한 명백한 사고 및 살인입니다. 순직요구를 청하는 바입니다”라며 청와대에 청원까지 넣은 상황이다. 이에 집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는 우정사업본부장 직무대행의 공식사과와 책임자처벌을 요구한다. 또한 고인의 죽음에 대한 순직처리를 요구한다.
 
우정사업본부 노동자들의 과로·과로자살 등의 사망사고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안타까운 죽음이 끊이지 않는 것은 장시간-중노동이라는 구조적 문제와 과로를 유발하는 수많은 제도들이 안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장 힘들다는 추석 특별 소통기간을 앞두고 있다. 매년 우정사업본부는 특별소통기에 제대로 된 임시인력증원을 하지 않아, 소통기 이후에 집배원들이 과로사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제대로 된 추석소통기간 인력증원 계획을 발표해 집배원의 과로사를 예방하라.
 
우편업은 노동자대표와의 합의만 있다면 무제한 노동이 가능한 근로기준법 59조 특례업종에 포함되어 있다. 현재 집배원들의 과로사가 연이어 발생하는 원인 중 하나는 대표교섭노동조합인 우정노동조합이 무제한 연장근무 합의했기 때문이다. 집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는 국회의원들에게 59조 폐지를 요구하는 것과 더불어 우정노조가 당장 합의를 철회할 것을 강력이 요구하는 바이다.
 
집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의 국민조사위원회구성 요구를 바탕으로 노동조합·우정사업본부·정부·전문가로 구성된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이 구성되었다. 이번 사고는 장시간-중노동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응축된 중요한 사건이다. 기획추진단이 직접 조사하고, 전국 우체국의 산재은폐에 대해 조사하라.
 
1. 고용노동부는 특별감독 실시하고, 산재은폐에 대해 처벌하라
1. 우정사업본부 본부장은 고인에게 공식 사과하고, 순직 인정하라
1. 우정사업본부는 책임자 처벌하고, 추석 소통기 인력 최대한 충원하라
1. 우정노조는 무제한 노동시간에 대한 단체협약 당장 철회하라
1.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은 이번 사건에 대해 직접 조사하라
 
2017년 9월 11일
집배노동자 장시간 노동철폐 및 과로사 · 자살방지 시민사회 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