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11월 15일 보도자료(보건복지부, 「기초생활보장 적정급여 TF」 운영)를 통해 특정 수급자의 복지부정을 지목하며 기초생활수급자 선정에 적정을 기하고,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한 선제적 예방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우리는 이러한 복지부의 조치가 복지수급자에게 광범위한 재앙을 가져올 것을 우려하고, 복지수급자를 예비범죄자 취급하는 복지부의 행태를 규탄한다.
복지부의 이번 조치는 다음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일부 부정수급을 핑계로 수급자 전체를 예비범죄자, 도덕적 해이자로 취급하고 있다. 이는 명백한 빈곤의 범죄화, 낙인이다.
이번에 드러난 일명 ‘어금니아빠’의 경우 수대의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었으며 후원금으로 호화로운 생활을 해왔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분명 잘못된 일이다. 그러나 현재 규정 때문에 허용된 문제가 아니다. 악의적인 재산 은닉과 그의 재산변동을 눈감아준 사람을 처벌하면 된다. 비리와 부정으로 인해 벌어진 잘못은 일벌백계해야 하지만 이는 수급권자들이 일반적으로 겪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조항은 피해자를 만들고 있다. 현재 중증장애인가구 등 몇몇 예외를 제외하고 자동차는 100%의 소득환산율을 가져 사실상 기초생활수급자는 자신의 자동차를 소유할 수 없도록 설계되어 있다. 100만 원짜리 자동차 한 대를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100만원의 월 소득이 있는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출퇴근, 병의원이용을 위해 자동차가 필요해도 이로 인해 수급자조차 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후원금의 경우에도 수급가구 기준중위소득의 50%, 즉 1인 가구 기준 연 80만원이 넘는 금액은 전액 소득으로 본다. 미달하는 금액이라도 정기적인 것이면 소득으로 보고 전액 수급비에서 삭감하는 현실이다. 예전 한 범죄피해자의 가족 역시 후원금 때문에 수급에서 탈락해 복지부는 국민들의 지탄을 산 바 있다. 패럴림픽 메달리스트는 메달리스트 연금 때문에 수급에서 탈락해 곤란함을 겪고 있기도 하다. 시급한 제도 개선은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특수한 부정수급사례에 즉각적인 TF를 꾸려 ‘선제적 대응’을 하겠다는 것이 과연 공정한 태도인지 자문하기 바란다.
둘째, 지금까지 부정수급 단속을 운운하며 해친 것은 가장 복지가 필요한 사람들이었다.
이명박, 박근혜정부는 줄곧 부정수급 근절, 복지예산 효율화를 외치며 빈곤층과 복지수급자에게 칼날을 겨눴다. 수급선정과정을 투명하게 만들고 객관화하며 중복급여를 방지하겠다는 주장이었지만 이 때문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복지가 필요한 사람들이었다. 2010년 통합전산망을 도입한 이후 부양의무자와 수급자들에 대한 전수조사가 이뤄지며 일방적인 수급탈락통보를 내렸고, 이는 수급자들의 연쇄적인 자살로 이어졌다. 근로능력평가를 강화한다며 국민연금공단으로 조사기관을 이전한 이후 ‘근로능력 있음’ 판정은 5%에서15%로 세배나 껑충 올랐고, 억지로 취업해야했던 故최인기님은 청소부로 일한지 3개월 만에 코마상태에 빠진 뒤 사망했다. 박근혜정부가 ‘부정수급 통합 콜센터’를 만들고 운영하는 사이 송파 세 모녀가 사망했다.
‘부정수급 통합 콜센터’는 출범 100일간 100억의 부정수급을 잡아냈다고 자랑했지만 이 중 97억 8천만원은 제공기관의 비리였다. 요양병원들의 허위수가, 영유아원의 허위 수령, 사무장병원 등 국가가 복지를 책임지지 않고 시장에 떠넘기면서 발생한 권력형 비리가 대다수였다. 과다청구, 장기입원 유도 등 공급자들의 도덕적 해이는 심각한 상황이지만 화살은 모두 빈곤층과 복지수급자에게 향했다. 심각하게는 죽음에 이른 피해에 대해 복지부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 이번 대책 역시 수급자 개인을 감시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리는 바로 이러한 복지부의 태도가 빈곤의 범죄화, 빈곤층에 대한 낙인, 혐오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본다. 100만의 부양의무자기준 사각지대는 방치하면서 1명의 부정수급자 때문에 166만 기초생활수급자의 목숨줄을 조인다는 것이 공정한 태도인가? 복지수급자를 예비범죄자화 하며 이웃주민과 사회복지노동자들에게 복지수급자에 대한 감시의 시선을 단단히 조일 것을 주문하는 것이 국가가 할 일인가?
가난한 사람은 범죄자가 아니다. 복지수급자는 자존감이 없는 사람이 아니다. 잘못된 것은 복지부의 빈곤층, 복지수급자에 대한 시선이다.
“공적 부조를 받는 사람은 정기적으로 자신의 생활 형편에 대한 장문의 보고서를 제출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그 보고서에 상세한 개인 정보를 포함시켜야 한다. 이 사람은 평생토록 그가 신고한 생활 형편과 실제 생활 사이의 차이점을 찾으려는 은행 직원과 사회복지사, 관할 검찰청 직원, 심지어는 이웃 사람들과 교통 경찰관의 감시 대상이 된다.
가난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온 세상이 법률적 지뢰가 묻힌 지뢰밭이다. 공적 부조를 받는 가난한 사람이 하는 모든 일상적인 행동이 사기가 될 수 있다. 성관계를 하는 것도 사기가 될 수 있고, 병이 나는 것도 사기가 될 수 있고, 자식을 어린이 집에 맡기는 것도 사기가 될 수 있다. <가난해 보이지> 않는 것도 사기가 될 수 있다.”
- <가난은 어떻게 죄가 되는가>, 멧 타이비(열린책들, 2015)
2017년 11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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