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이 2심에서 석방되었다. 재판부는 이재용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협박에 못 이겨 돈을 줬을 뿐, 정경유착이라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핵심적으로 삼성의 승계 작업 자체를 부정하여 뇌물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가 경영승계라는 목표를 지워버리자 이부회장이 건넨 돈은 부정한 청탁이 아니게 되었고, 청와대의 국민연금에 대한 압박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자발적 지원이 되어버렸다. 특검의 주장과 1심 판결을 뒤집고 삼성이 줄곧 주장하던 ‘희생양 이재용’을 재판부는 수용했다.
 
그러나 삼성의 경영승계와 부정한 청탁을 보지 못하는 이들은 오직 2심 재판부와 재벌을 비호하는 지배세력 뿐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이재용의 경영승계를 위한 절차였다. 국민연금이 스스로에게 손실을 초래할 합병에 찬성한 이유는 청와대의 압박 때문이다. 이재용의 경영승계를 돕기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시를 내린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승계를 위해 박근혜 정부와 결탁했다는 방대한 증거들이 제출되었으나 인정되지 않았다.
 
삼성물산 합병은 삼성의 경영승계 과정의 일부이며, 이번 국정농단은 삼성의 전 방위적 로비의 일부일 뿐이다. 90년대부터 시작된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승계를 위한 작업은 계열사 주식의 시세 차익을 이용한 재산 증식과 이를 통한 계열사 지배로 진행되었다. 이것은 정권의 직접적 지원과 불법에 대한 암묵적 허용 없이 불가능했다. 20여 년에 걸친 정경유착의 역사 속에서, 삼성이 이건희 회장의 와병으로 다급해진 승계문제를 박근혜 정부 임기 중에 진척시키려다 덜미가 잡힌 것이 바로 국정농단 사건이다. 경영승계를 부정하는 재판부는 명백한 진실에 대해 눈을 감은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진실을 직시하고 있다. 이재용을 구속하라는 구호가 지난 촛불광장을 가득 메웠던 이유는 국정농단의 몸통이 삼성이었기 때문이다. 통제받지 않는 재벌을 심판하자는 국민들의 염원 때문이었다. 되풀이되는 삼성의 국정농단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외침이었다.
 
우리는 이번 판결에 굴하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 탄핵에 만족하고 감히 재벌을 넘보지 말라는 재판부와 지배세력의 메시지를 수용할 생각은 없다. 국민들의 요구가 대통령 교체를 넘어설까 두려워하는 저들에 맞서 한 발 더 내딛을 때다. 무노조 삼성에 맞서는 노동자들, 삼성이 부정하는 직업병 노동자들, 재벌의 전횡에 분노하는 노동자들과 함께 투쟁하며 끝까지 이재용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다. 이재용은 범죄자다. 범죄자를 처벌하라.
 
2018.2.6. 
사회진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