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송면·원진노동자 산재사망 30주기 추모조직위원회 발족 선언문
추모를 딛고, 노동자 시민이 직접 안전사회를 건설하는 공동행동을 시작하자
87년 6월 항쟁 이후 대통령직선제 등 민주화를 일부 쟁취한 1988년의 여름. 한국은 고도성장을 구가하고 있었으며,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전국이 들썩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열악하다는 표현이 사치스러울 정도로 참혹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있었다.
1988년 7월 2일, 온도계 공장에서 일하다 두 달 만에 수은에 중독되어 죽음을 맞이한 15세 청소년 노동자 문송면. 이 소식을 듣고 원진레이온 직업병 투쟁이 이어져 원진직업병관리재단이 설립되기에 이른다. 88년 문송면 수은중독 사망대책투쟁, 88년~91년 원진레이온 직업병 인정 투쟁은 87년 이후 폭발한 민주노조 성장 속에 시작된 진정한 의미의 노동안전보건운동이 되었다. 이후 노동안전보건 부분의 현장 변화, 제도 개선 등 발전을 거듭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30년이 지난 2018년에도 문송면, 원진레이온과 닮은꼴의 문제들은 반복되고 있다.
현장실습 명목으로 LG U+ 고객센터에서 ‘콜수’를 채워야 했던 여고생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제주도의 한 고교 실습생은 프레스에 끼여 사망했다. 외주 업체 소속으로 철도 스크린도어를 혼자서 수리하고 밥 먹을 시간도 없어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던 수리설치기사 ‘김군’은 문과 열차 사이에 끼여 사망했다. 문송면 또래, 청소년·청년 노동자들의 죽음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끊이질 않고 있다.
1960년대 이후 국제적으로 보고된 적이 없다는 메탄올 중독사고가 2016년에 알려졌고, 파견되어 사용하는 물질도 모른 채 일하던 청년 노동자들은 실명했다. 심지어 노동부 감독을 받은 사업장에서도 발생했다. 사라진 줄 알았던 수은중독이 2015년 광주 남영전구 공장 철거 과정에서 발생했다. 삼성 직업병 산재사망 노동자는 11년간 118명에 달하고, 해결을 요구하는 반올림의 농성투쟁은 문송면 기일인 7월 2일이면 1,000일이다. 하지만, 삼성은 산자부의 비호 아래 화학물질 정보공개를 막아, 산업재해 피해자와 유족들의 유일한 산재입증을 방해하고, 지역주민의 알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정권이 바뀌고, 여러 산업안전 대책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할 권리는 여전히 답보상태다. 현장은 그대로 이고, 사고발생 시기에만 반짝 언론에 집중되고 실종되기 일쑤다. 우리는 30년이 지난 2018년에도 문송면·원진노동자 사고와 닮은 산재사망이 반복되는 현실을 목도했다.
이에 이 엄혹한 산재사망이 반복되는 현실을 바꿔내기 위해 오늘 범사회적인 <문송면·원진노동자 산재사망 30주기 추모조직위원회>를 발족하여 다음과 같이 공동사업을 전개해 나갈 것을 밝힌다.
하나. 문송면․원진노동자 산재사망 30주기를 맞아 범사회적인 추모조직위원회를 구성하여, 노동안전보건 분야에 있어 중요한 두 사건을 시민과 노동자 및 조합원에게 널리 알리고 함께 추모할 것이다.
하나. 산재사망자에 대한 추모를 딛고 노동자가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과제를 도출하여, 노동안전보건 문제를 다시 사회적 의제로 전면화할 것이다.
하나. 정부를 비롯한 사회 각계의 참여를 조직하여, 노동자의 안전이 시민의 안전과 맞닿아 있음을 사회적으로 알리는 노동자·시민 참여 사업을 진행할 것이다.
또한, 다음과 같이 요구하는 바이다.
하나. 자본은 노동자, 시민의 생명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의 외주화와 장시간 노동을 즉각 중단하라
하나. 국회는 생명안전의 내용을 담아 헌법을 개정하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즉각 제정해야 할 것이며, 노동시간 특례 59조는 완전 폐기하라.
하나. 정부는 화학물질에 대한 알권리와 소수 노동자의 건강권 보장하고, 노동자의 정신건강을 보호하라.
오늘 문송면·원진노동자 산재사망 30주기 추모조직위원회 출범은 30년 전 문송면·원진노동자를 살아오게 하고, 현재의 황유미들을 함께 걷게 하는 안전사회 전환의 시작이 될 것이다. 30주기 추모조직위원회 소속 단체들은 추모를 딛고, 산재사망이 없는 그날을 위해 끝까지 공동투쟁을 이어나갈 것을 엄숙히 결의한다.
2018년 5월 16일
문송면·원진노동자 산재사망 30주기 추모조직위원회
문송면 유가족, 원진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416연대, iCOOP서울협의회, 가습기피해자와가족모임, 건강한노동세상, 노동건강연대,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노동자연대, 대한불교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매듭,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의모임,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아이건강국민연대/참교육학부모회/푸른광명21실천협의회/초록교육연대/발암물질없는군산만들기시민행동/발암물질없는울산만들기/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iCOOP소비자활동연합회/iCOOP서울협의회/여성민우회생협/에코생협/녹색연합/여성환경연대/환경운동연합/환경정의/전국금속노동조합/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일과건강/문화연대/한국진보연대/보건의료단체연합/노동환경건강연구소),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노동건강연대/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사회진보연대, 생명안전시민넷,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인권운동사랑방, 일과건강, 일터건강을지키는직업환경의학과의사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불안전노동철폐연대, 전국학생행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연대, 참여연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한국진보연대(가톨릭농민회, 노동인권회관, 민가협 양심수후원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단체연대회의, 민족자주평화통일중앙회의, 민주노동자전국회의, 민주민생평화통일주권연대,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민중당, 불교평화연대, 우리민족연방제통일추진회의,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전국빈민연합,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여성연대, 조국통일범민족연합남측본부, 통일광장, 한국청년연대,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 화학물질감시네트워크(건강한일터안전한성동만들기사업단/건설산업연맹/노동환경건강연구소/녹색미래/노원노동복지센터/뉴스타파/민주노총/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협회/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사람과환경연구소/서산시민사회환경협의회/서울아이쿱/수원화학물질알권리네트워크/안산미세먼지화학물질네트워크/안전하고행복한양산만들기주민모임/여성환경연대/오창환경지킴이/울산시민연대/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천평화복지연대/일과건강/작은것이아름답다/전남건강과생명을지키는사람들/전북건강생명안전사회를위한모임(준)/청주시민정치네트워크/파주건강과생명을지키는사람들(준)/평택건강과생명을지키는사람들/한살림/화학물질로부터안전한경남만들기추진위(준)/화학물질로부터안전한울산만들기사업본부(준)/화학물질알권리화성시민협의회/화학물질인천감시네트워크/화학섬유연맹/환경운동연합/환경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