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내전을 피해 한국에 비호를 신청한 예멘 난민신청자에 대한 출도제한을 해제하고 생계보장의 의무를 다하라
 
2015년 3월 시작된 내전의 참화 속 국제적으로 인도적 보호와 처우가 시급한 예멘 국적 난민들 19만명 이상이 자국을 떠나 해외로 피신하였고, 그 중 일부가 한국을 찾았다. 어린아이를 포함한 가족들을 동반하여 적법하게 한국정부에 비호를 신청한 난민들은 법무부의 제도적, 정책적 공백 속에 말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많은 수는 전 재산을 털어 호텔에서 잠자리를 구하였으나 곧 쫓겨날 예정이며, 소지한 금원도, 가능한 취업 자리도 없어 생계와 주거의 대책 역시 전무한데, 난민심사 역시 기약 없이 지연되어있는 상황이다.
 
한국의 난민제도가 시작된 이래 유례없는 현재와 같은 시급한 상황 속에서 제도 하에서 가능한 보호방법을 적극적, 선제적으로 강구하여 책임을 져야할 법무부는 오히려 안일한 태도를 보임은 물론, 제주 지역에서 난민신청하는 이들에게 거주지역을 제주도로만 제한하여 이들을 제주도 안에 사실상 가두어 자발적으로 생계수단을 찾아가는 길을 차단하는 차별적 조치를 취함으로써 이들을 죽음의 길로 밀어 넣어 왔다. 지난 해 생계비 예산은 2017말 기준 전체 신청자의 3.27%만 대상이 될 수 있는 수준으로, 난민신청자의 권리 보호는 정부가 약속한 국제법상의 의무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난민신청자의 생존 권리를 보호하지 않은 채 나머지 12,858명의 목숨을 방기해왔다. 이에 더해 예멘인들의 발을 제주도에 묶은 정부는 예멘 난민신청자를 극단적인 상황까지 몰아 간접적으로 쫓아내는 송환을 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던 법무부가 지난 6월 1일 제주 무사증 입국불허 국가에 예멘을 추가하기까지 했다. 객관적 정황 검토와 근본적 대안 제시 없이 현시점에서 예맨 국적에 대한 무사증허가를 제외시킨 법무부의 행보는 세계인권선언과 난민협약의 가치를 명백히 위반하는 처사이다. 아울러 법무부는 이번 조치의 사유로 “악용개연성 상존”이라는 표현을 적극 사용하였다. 이는 예멘 난민의 위급한 상황을 왜곡하여 자신들의 책임방기를 난민들의 탓인 양 떠넘기는 비열한 행태이다.
 
난민을 보호하는데는 무책임하고, 차단하는데는 신속한 한국 정부는 더 이상 난민들을 제주도에 가두어 방치하지 말고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난민제도를 운용하여야 한다. 지금과 같은 정부의 무대책이 지속될 경우 향후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몇 달에 걸쳐 발생할 것이 명약관화한 제주도 내 난민들의 인도적 위기는 오롯이 정부의 책임임을 명확히 밝힌다. 난민의 인권 없이는 한국은 결코 평등한 사회로 나아갈 수 없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법무부는 제주 지역 난민신청자에 대한 활동 범위 제한을 해제하고 난민신청자의 생존권 보장하라!
 
2. 법무부는 예멘국적에 대한 무사증입국허가 금지에 대한 근거와 입장을 명확히 밝혀라!
 
 
2018년 6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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