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롭고 평등한 한반도로 가는 길, 평화운동의 역할이 중요하다
 
포괄적 합의
 
회담 직전까지 무수한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6월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상 최초의 북미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이는 70년 만에 북한과 미국의 최고 지도자들이 처음으로 만난 일이다. 거듭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과 고강도 한미연합군사훈련, 대북제재, 미국에서의 북한 선제타격 시나리오 등으로 긴장이 최악으로 치닫던 지난해를 생각하면, 군사대결이 아닌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과 정상회담 합의는 역사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 양국 정상이 도출한 합의는 △평화와 번영을 위한 새로운 미-북 관계 수립 △ 한반도에 항구적이고 안정적인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양국의 노력 △4월 27일 판문점 선언의 재확인과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노력 △이미 확인된 유해의 즉각 송환을 포함, 전쟁포로 유해발굴 등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없는 매우 '포괄적'인 형태다. 이로써 아직 양국 간에 구체적인 합의가 많지 않다는 것이 드러났다. 수개월 간의 실무접촉에도 불구하고 완전한 비핵화와 체제보장에 대한 세부 로드맵은 나오지 못한 것 자체가 한반도 핵문제를 둘러싼 복잡한 상황과 어려움을 반증한다.
 
평화운동의 지속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했고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기를 약속했다. 미국의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조치는 이에 상응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는 연일 김정은과 신뢰를 쌓았다고 말하며 미국내 비판여론을 의식하여 회담의 성과를 강조하고 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비핵화 시한이 트럼프 임기 내라고 언급하기도 하며 회담 이후 후속 고위급 회담을 곧 열겠다고 한다. 북한이 핵무기, 핵시설, 핵물질 등에 대한 사찰 및 검증 목록을 작성할 것이라 보도가 나오는 등 대화 분위기는 이어지고 있다. 핵‧미사일 시험을 중단하고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여 군사대결을 멈추고 협상국면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협상이 낙관적이리란 보장은 없다. 미국 내에서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미국 주도의 아시아-태평양 경제와 이를 위한 군사체제를 만들고자 한 이전 민주당 정권의 전략을 수정하여 트럼프가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우는 것으로 인해 각 영역에서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미중 간 이해관계 갈등 역시 한반도 문제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또한 핵무기와 핵시설 등에 대한 사찰과 검증 문제 역시 과거의 여러 사례에서 보듯이 곳곳에 암초가 있고 쉽지가 않다. 이러한 상황들을 인식하면서 평화운동은 엎치락뒤치락 할 협상과정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 평화의 과제를 제기하고 일관되고 신중하게 운동을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평화의 비가역적인 조건을 만들자
 
‘한반도 비핵화’는 미국의 한반도에서의 핵선제 공격정책과 확장억제 정책의 철회를 포함해야 한다. 남북미의 군축과 주한미군의 철수로 전쟁의 물질적인 기반이 사라져야 한반도 핵대결의 근본적 원인이 해소될 것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한미군사훈련 중단 선언에는 군사훈련의 '비용 문제'를 언급하는 논리도 있는데, 이는 지속적으로 남한에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고 남한과 일본에 군비 증강을 요구한 것과 맞닿아 있다. 전쟁을 할 수 없는 조건을 만들려면 이러한 군비 증강을 거부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8월 UFG 훈련 중단을 시작으로 한미군사훈련 중단을 계속 이어갈 것과, 그 어느 때보다 백해무익하고 한반도 평화의 걸림돌이 된 사드를 소성리에서 철거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해 나가야 한다. 이를 시작으로 남북미의 군축이 이뤄져야 한다.
앞으로 긴 협상과 이행의 과정에 셀 수 없는 난관들이 있을 것이다. 또 그 과정에서 남한 노동자민중이 오랫동안 염원해 온 평화롭고 평등한 세상이 저절로 주어질 리도 없다. 우리는 평화의 조건들을 스스로 제기하고 실현하는 평화운동을 일구어 나가야 할 것이다.
 
2018년 6월 20일
사회진보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