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부터 인종주의적 차별에서 벗어나 열악한 난민 인권을 개선해야 한다!
- 청와대의 난민 청원에 대한 답변을 비판한다
청와대와 법무부가 난민법과 무사증입국을 폐지해달라는 청원에 대한 입장을 8월 1일 발표했다. 난민협약을 비롯한 국제법상의 난민 보호에 대한 국제적인 책임은 인정하면서도 실제 내용은 난민신청자의 SNS계정 제출 의무화 등 검증 강화, 악용하는 신청자에 대해 난민심사절차 불회부 등 난민인정을 더욱 까다롭게 만들고 인종주의적 차별을 조장할 수 있는 조치를 내놓았다. 우리는 그렇지 않아도 난민에 대한 인종주의적 혐오와 배제 정서가 퍼지고 있는 데에는 정부가 이를 인종차별로 보고 명확히 대응하지 않고 방조한 책임이 크다고 비판해 왔다. 그런데 다시금 대책 내용에 난민을 잠재적 범죄자 혹은 잠재적 허위 난민으로 보는 시각을 내비친 것은 인종주의에 대한 방조를 이어가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아 우려를 감출 수 없다. 정부부터 인종주의적 차별 시각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날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우선 현재까지 제주 예멘 난민 관련해서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문제에 대해서 지적할 필요가 있다. 전쟁과 박해를 피해서 한국까지 온 예멘 난민신청자들에게 ‘출도 제한’ 조치를 졸속적으로 내림으로써 정부는 제주도 내의 불안감을 키웠고, 예멘인들이 국내의 기존 난민 커뮤니티의 조력을 받아 기본적 생존을 해결하고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기회를 가로막았다. 그러다보니 정부는 제주도 내에서 3D 업종에 취업을 알선했고 준비없이 이뤄진 취업은 고용주와 예멘인 양자에 어려움을 초래했다. 30-40%가 일터에 적응하지 못하고 중단한 것은 이를 보여준다. 난민신청자를 자립의 주체가 아니라 통제와 관리의 대상으로만 보는 것이 여전한 것이다. 제주에서 어렵고 힘든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난민신청자들에 대한 지원 방안은 별로 없다. 더욱이 정부는 인터넷을 중심으로 난민, 무슬림에 대한 왜곡된 정보와 가짜 뉴스를 무분별하게 퍼뜨리며 인종주의를 조장하는 행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예멘의 처참한 상황, 난민의 파괴된 삶을 알리고, 개개인들의 인권과 생존권 보장을 중심에 놓고 인종차별 발화와 행동에 대응하고 설득하는 노력은 극히 미흡했다.
정부는 이번 발표에서, 난민협약 탈퇴나 난민법 폐지는 불가하다고 하면서도 불안 해소 방안이라는 미명하에 ‘테러 등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자가 난민을 가장하여 유입되지 않도록 난민신청 시 SNS 계정을 의무적으로 제출토록 하는 등 신원검증을 더욱 강화’, ‘난민협약에 있는 강제송환금지원칙의 예외 규정과 추방에 관한 규정을 난민법에 명문화’ 하겠다고 했다. 국가안보 위협 유무를 가려내겠다며 개인SNS를 들여다보겠다는 발상도 턱없을뿐더러, 인종차별적이다. 그리고 이미 외국인에 대해서 범죄나 공공질서 유지 명목으로 추방 사유를 넓게 규정해 놓은 출입국관리법이 있고 이조차 너무 광범위해서 비판받아 왔는데 난민법에 이를 또 넣겠다는 것은 감시와 통제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발상이다.
또한 무사증 입국 불허 국가를 추가하는 등 난민이 이동하기 어렵게 하는 것은 난민이 더욱 위험한 경로를 이용하게 만들 것이며 이미 난민인정을 받은 사람을 주기적으로 재검토해 난민인정을 취소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체류를 더 불안정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더욱이 정부는 난민제도 악용을 방지하겠다며, 난민신청자를 난민심사에 회부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도 만들겠다고 한다. 박해 사유가 있는지 없는지를 따지려면 난민심사를 충실히 하는 것이 중요하지 심사절차에 회부할지를 판단하는 절차를 또 두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악용 방지라는 프레임 자체가 난민신청자를 잠재적 허위신청자로 보는 것이기에 이는 부당하다.
정부는 난민심사 인력을 확충하고 통번역도 강화하며 국가정황정보 수집·분석하는 전문인력도 확보하여 심사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고 중장기적으로 난민심판원을 설치하여 총 심사기간을 1년 내로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도 한다. 이는 그간 허술한 심사와 조력으로 난민인정율이 미미했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러한 방안이 난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는 방안이 아니라 난민인정을 최소화하고 빨리빨리 내보내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이번 발표의 여러 내용이 난민신청과 인정을 어렵게 만드는 조치들이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의 이번 발표는 난민의 기본적 인권보장과 인종주의 대응에는 미약한 조치이고 난민을 걸러내고 난민인정을 어렵게 하는 조치를 강화하는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사회에서 전체 이주민이 200만 명을 훨씬 넘은 상황에서 인권을 국정지표로 삼고 있는 정부의 대책이라기에는 심히 부끄럽다. 한국 정부는 4%에 그치고 있는 세계 최하위권의 난민인정율, 난민신청자와 난민에 대한 미약한 지원, 난민과 무슬림에 대한 인종주의적 차별과 배제 문제를 개선하고 극복해 나갈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2018년 8월 3일
이주노동자 차별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 (이주공동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