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ILO 핵심협약 관련 법 개악 발표 규탄 기자회견문

ILO협약 이행이 아닌 역행, 정부 노동정책은 파탄 났다

 
 
 
ILO 핵심협약 비준을 준비하던 고용노동부가 하라는 제도개선은 팽개치고 난데없이 노조법 개악안을 들고나와 국제기준에 맞는 결사의 자유를 바라는 2천5백만 노동자와, 민주노조를 목숨 걸고 지켜왔던 백만 민주노총에 선전포고했다.
 
문재인 정부는 고용노동부를 통해 “국제노동기준에 부합하면서 우리 노사관계 현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경사노위 최종 공익위원안을 금과옥조(金科玉條)인 양 떠받들었다. 한국 노동권을 최소한의 국제노동기준에 턱걸이시키기는커녕, 오히려 헌법으로 이미 보장하고 있는 노동3권을 축소하고 ILO 핵심협약 비준을 핑계로 경총 요구를 끼워 넣은 의견을 “균형 잡힌 대안”이라며 법 개정안에 포함하고 말았다.
 
대신 핵심적인 노동기본권 보장은 곶감 빼먹듯 떼어냈다. 특수고용 노동자와 간접고용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 내용을 모두 누락시켰다. 실업자‧해고자의 결사의 자유, 노조 임원자격, 전임자 급여, 공무원과 교원의 단결권 등은 국제노동기준에 훨씬 못 미칠뿐더러 취지에도 반한다.
 
이번 고용노동부 개악안은 일고의 가치조차 없는 쓰레기 안이다. ILO 핵심협약 가운데 하나인 87호 협약을 비준한다면서 정작 87호 협약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내용이다. 밥상 위 오물을 치우랬더니, 상다리가 부러져 기운 ‘현실’을 들먹이며 더러운 걸레를 들고 와 닦아대는 셈이다.
 
단결권만이 아니라 단체교섭권의 효과적 인정은 결사의 자유에 포함된다. ILO 핵심협약과는 상관도 없는 사업장 점거 금지, 단협 유효기간 연장은 그 자체로 ILO 헌장과 협약 위반이자, 명백한 노동개악이다. 조합원의 노동조합 활동을 위한 사업장 출입에 개입하고, 조합 임원의 재직 여부를 따지겠다는 발생 자체로 ILO 결사의 자유 협약 ‘이행 입법’이 아니라 ‘역행 입법’이다.
 
실업자와 해고자 노조가입을 확대한다지만 이들의 조합가입을 이유로 ‘노조 아님 통보’를 안 하겠다는 것일 뿐, 오히려 조합활동에 추가제약을 가했다. 이걸 최소한의 결사의 자유 보장과 ‘균형 잡힌 대안’이랍시고 내미는 것인가. 결국, “EU와의 FTA 관련한 잠재적 분쟁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필요가 있다”며 떠들었지만, 유럽연합이 분쟁에 이은 무역보복을 가하더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문재인 정부는 당장 조치할 수 있는 노조법 시행령 9조 2항 삭제,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직권취소, 특수고용직 노동조합에 설립신고 문제는 손 놓고 있다가 법 개악에 나섰다. EU와의 전문가패널을 앞두고 대놓고 약속 위반할 테니 무역 보복할 테면 하라는 자세다. 전 세계로부터 노동 후진국이라는 손가락질을 감수하면서까지 재벌과 보수 세력 편을 들 각오인가.
 
그렇다면 유럽이나 세계로까지 나갈 것도 없다. 민주노총이 용인할 한계가 있다. 일촉즉발의 상황에 화로를 부어대는 어리석은 행위에는 책임이 따르기 마련이다. 정부 노동정책은 파탄 났다.
 

2019년 7월 30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ILO긴급공동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