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흐사 아미니 사망 1주기에 즈음한 한국의 인권시민사회 입장문]

이란 정부는 즉시 극단적 여성 억압과 시민의 자유를 탄압하는 모든 인권침해를 멈춰라!

- 마흐사 아미니와 이란 민중의 저항을 기억하며

 
지난해 9월 13일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테헤란에서 도덕 경찰에 체포된 뒤 3일만에 사망한 마흐사 아미니(Mahsa Amini)의 1주기를 앞두고 있지만 이란의 시민들의 자유와 인권, 안전은 여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란에서는 마흐사 아미니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뒤로 강제히잡착용법으로 대표되는 여성에 대한 만연한 폭력과 억압에 분노한 시민들의 전국적 대중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에는 성별과 연령을 뛰어넘는 각계각층이 참여하였으며, 시위대의 요구도 강제히잡착용법 철폐와 도덕경찰의 해체에 더해 수십 년간 이어진 이란 시민에 대한 모든 억압에 반대와 민주주의와 인권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이란 당국은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유혈진압을 서슴지 않았다. 지난 9월에서 12월 사이 보안군은 잔혹한 군사 진압을 감행하여 수십 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수백 명의 시위대와 민간인을 살해했다. 보안군은 시위대를 해산하고 위협하기 위해 실탄과 금속탄을 발사하여 시위 도중 실명, 사지 상실, 장애를 포함하여 수천 명에게 고문 또는 기타 부당대우에 해당하는 부상을 입혔다. 그 후 몇 달 뒤 이란 정부는 시위대, 인권운동가, 언론인, 소수자 권리 운동가를 포함해 8만 명 이상의 사람을 임의로 체포했다. 체포된 사람에는 어린이도 다수 포함됐다. 또한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을 체포하여 고문을 통해 거짓 자백을 강요하고, 공정한 재판 없이 사형을 선고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공개처형 등 사형이 집행된 시위자는 최소 7명이다. 뿐만아니라 망자의 묘지를 훼손하고, 유가족을 탄압하는 등 사망한 자들을 추모할 권리마저 앗아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잔혹한 유혈진압과 잇따른 시위참여자에 대한 사형집행에 전세계 시민들의 분노가 이어지자, 이란 검찰총장은 불확실하고 모호한 방식으로 도덕경찰의 해체를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 4월 이란 정부가 전혀 변하지 않았음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란 정부는 올해도 히잡착용법에 불응하는 이란 여성과 소녀들을 단속하고 있으며, 가혹하게 억압하고 있다. 사이드 몬타제르 알마디 이란 경찰청 대변인은 7월 16일 강제 히잡 착용을 시행하는 경찰 순찰대 활동을 재개할 것이라고 발표하고, 강제 히잡 착용에 불응하는 여성과 소녀들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리고 그 위협은 현실이 되었다.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모습이 카메라에 찍힌 여성은 차량 몰수, 정학 혹은 퇴학, 시험응시 자격 박탈, 금융서비스 이용금지 및 대중교통 접근이 거부되었다.
 
지금 이란 정부는 수십 년 동안 인권침해적인 강제히잡착용법으로 여성을 범죄화해온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란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 평화로운 집회의 자유는 물론 생명권과 존엄마저 무시하고 있다.
 
우리는 이란에서 여성인권이 보장되고 민주주의가 정착되길 바라며, 이란 정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여성의 존엄을 해치는 잔인하고 비인도적인 강제 히잡 착용을 폐지하라. 불응한 이에게 내려진 모든 유죄 판결과 선고를 취하하며, 이로인해 구금된 모든 사람을 무조건 석방 하라. 당국은 평등, 사생활⋅표현⋅종교⋅신념의 자유를 행사하려는 여성과 소녀들을 처벌하는 계획을 폐기하라.
 
하나, 시위자에 대한 불법 체포와 고문 처형을 멈춰라. 표현, 결사 및 평화적 집회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행사했다는 이유로 구금된 모든 사람들을 석방하고, 이로 인해 내려진 유죄 판결과 사형 선고를 무효화하고, 추가적인 사형 집행을 멈춰라.
 
하나, 전국적 대중 시위로 수감된 사람들이 가족 및 변호사와 만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이들을 고문과 기타 학대로부터 보호하라.
 
하나, 고문 등 국제법상 범죄 및 중대한 인권침해에 연루된것으로 의심되는 모든 관계자를 수사하고 공정한 재판에 회부하라.
 
 

2023년 9월 13일

이란 시위를 지지하는 한국시민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