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엠대우 노동조합의 대응 : 양보교섭이 아니라 공세적 대응이 필요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현재 지엠대우는 글로벌 GM에서의 위치 하락과 지엠대우 미국 경영진들의 자본 유출로 매우 큰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러한 위기로 인한 GM의 지엠대우에 대한 구조조정 시나리오는 아래와 같이 예상해 볼 수 있다.
첫째, 태국이나 스웨덴과 같이 정부의 지원 여부에 따라 청산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2009년 2월에 발표한 GM의 자체 구조조정안을 보면 GM은 태국, 스웨덴, 독일에 대해서 정부 지원 여부에 따라 공장 유지를 선택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며, 심지어 공장 유지를 결정한 호주의 경우도 호주 정부의 지원을 이유로 들고 있다.
현재 지엠대우는 이미 2008년 하반기에 8천억 원을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출하였는데, 기존 대출금의 만기 연장 및 1조원 이상의 추가 지원을 정부에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문제는 앞에서도 지적하였듯이 설사 정부가 지엠대우에 대해 지원을 하더라고 GM이 지엠대우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가능성이 매우 적다는 것이다.
둘째, GM이 세계 생산공장으로서의 지위가 낮아진 지엠대우를 분할 매각할 수도 있다. 벌써 미국 최대 부품 업체인 델파이를 비롯하여 자동차 업체 지분 획득에 들어간 중국 자동차 기업들이 그 첫 번째 대상이 될 것이다. 지엠대우의 소형차 생산 공장(부평 일부)과 변속기 생산 공장(창원)이 매각 가능한 부분일 것이다.
두 경우 모두 노동자 입장에서는 재앙에 가까운 고용 불안을 가져올 것임은 자명하다. 정부 지원 이후 단기간의 고용 유지는 이루어지겠지만, 결국 지엠대우 자산 수탈에만 열을 올리는 GM 경영진에 의해 지엠대우는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없을 것이며, 최종적으로 대규모 해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엠대우를 분할 매각하는 경우 대규모 해고는 더 설명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노동조합은 현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첫째, 사측에 대한 양보교섭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금속노조 지엠대우자동차 지부정규직 전환배치 비정규직 순환휴직을 이미 사측과 합의한 상황이며, 기본급 10% 인하를 비롯하여 각종 복지 수당 삭감 등에 관해 사측화 협의 중에 있다. 경영 위기를 명분으로 노조에 임금 삭감 및 해고를 요구하는 사측에 일일이 응해서는 그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가 없다. 이미 지엠대우 경영진은 GM을 위한 지엠대우의 수탈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 지엠대우는 정규직이 고용되고 비정규직이 해고되는 식으로 해결될 수 있는 수준의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현재 상황에서 지엠대우 살리기와 같은 캠페인은 하등의 도움도 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지엠대우의 약간의 매출 회복은 결국 GM의 수탈량만 늘릴 뿐이다.
둘째, 초국적 자본에 의한 노동자 수탈을 막고 고용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최소 조건으로 노동조합은 지엠대우와 GM의 수상한 거래에 대한 진상규명, GM의 한국 자산 동결, GM과의 부당한 거래에 대한 GM본사에 배상 요청을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 지엠대우가 앞으로 부족하게나마 영업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파생금융상품 거래, 장기매출채권 등으로 유출된 자본을 다시 찾아올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지엠대우는 GM 계열사들이 62%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으며, 산업은행이 28%, 중국 상하이 자동차가 10%를 소유하고 있다. 지엠대우는 2008년 말 자본이 1조이며, 부채가 7조 8천억이다. 부채비율이 780%에 이르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 성장에 대한 비전이 없다면 GM은 이대로 지엠대우에서 손을 놓아도 전혀 손해를 보지 않는다. 반드시 2조원이 넘는 매출채권과 2조원 대의 파생상품거래 등에 대한 환수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현 경영진에 대한 책임 추궁과 퇴진은 당연지사일 것이다.
셋째, 금속노조와 사회단체들은 고용안정 위한 정부 지원을 요구해야 한다. 지엠대우는 현재 경영진의 자본 유출로 인해 현금 보유량이 1,000억 이하로 떨어지는 등 기본적 운영 자금조차 턱 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지엠대우의 파산은 2만여 직원의 고용만이 아니라 부평, 창원, 군산 등 지역 경제에도 치명적 타격을 입힌다. 미국의 자동차 산업 산정 기준을 차용한다면, 약 20만 명의 노동자가 직간접적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또한 정부는 2001년 정부가 노동조합과 사회단체들의 해외매각반대 요구를 묵살하고 GM에 대우자동차를 매각한 현재 사태의 원인 제공자이다. 투자 유치(해외매각)를 통해 경제를 상승시키겠다고 약속한 정부가 현재 사태의 주범 중 하나라는 점에서 현 사태의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지금까지의 공적자금 지원의 경험을 생각해 볼 때 정부는 언제나 대규모 해고를 동반하는 구조조정을 요구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법정관리상태에서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으로 2천 명이 넘는 노동자에 대한 해고를 강행하고 있는 쌍용자동차의 예를 보아도 그러하다. 따라서 금속노조와 사회단체는 단순한 지원이 아니라 ‘고용안정’을 전제로 한 지원을 약속받아야 한다. 이러한 요구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한 투쟁이 필요함은 당연한 이야기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상의 요구를 쟁취하기 위해서 정규직-비정규직의 단결, 그리고 금속노조와 지역사회단체의 연대가 강하게 형성되어야 한다. 비정규직을 희생양으로 정규직이 잠시 동안의 고용을 약속받을 수는 있겠으나 앞에서 살펴보았던 것처럼 현재 GM이 원하는 것은 1만 6천 여 (정규직)노동자의 고용이 아니다. 지엠대우의 직고용 노동자에 대한 급여 비용은 1,700억 수준이며, 간접고용 노동자에 대한 비용은 200억도 되지 않는다. GM 측에서 받지 못한 매출 대금 2조원과 비교하면 10%에 불과하다. 즉 GM 혹은 지엠대우 경영진에게 고용 유지로 인한 비용이 심각한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와 같은 고용, 임금 위협은 GM의 지엠대우에 대한 매각 절차 혹은 고용을 무기로 한 정부에 대한 협박 성격이 더욱 강하다.
따라서 GM의 협박에 대항하는 길은 ‘함께 살기’ 위한 정규직 비정규직의 단결뿐이며, 더 나아가 여러 사회단체와 연대하여 대우자동차의 해외매각으로 더욱 복잡해진 고용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전 사회적인 투쟁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