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몰락한 전미자동차노조, 뒷통수 맞은 독일금속노조의 교훈
- 2차 세계 대전 이후부터 반공 실리주의 노동운동을 펴온 전미자동차노조는 2009년 세계경제위기 와중에 붕괴 직전까지 내몰림.
- 지엠과의 협상에서 2만여명에 달하는 정리해고를 합의한 것은 물론, 수 십만에 달하는 구조조정을 대가로 받아낸 퇴직자건강보험기금(VEBA)도 모두 출자 형식으로 지엠과 크라이슬러에 반납해 버렸음. 포드에서는 15년간 무쟁의선언을 하며, 사실상 노조로서 생명이 끝남.
- 전미자동차노조의 몰락은 더 이상 노동운동의 양보교섭과 산업적, 국가적 노동 표준보다 기업 성과 만큼의 대한 분배를 요구하는 ‘실리주의’가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을 반증. 전미자동차노조는 1945~46년 파업 투쟁 과정에서 기존 산업적 평균 임금을 요구하는 정책을 폐기하고, 기업별 ‘지불 능력 만큼 임금 인상’이라는 기업별 실리주의 노선을 전면화했는데, 이 과정에서 지불 능력이 적은 하청부품회사, 국외공장 노동자들이 지속적으로 희생되어 왔음.
- 이러한 실리주의는 지엠, 포드, 크라이슬러 등이 그럭저럭 수익을 낼 때는 유지 가능했으나, 09년과 같이 회사가 위기에 내몰리면 유지 불가능. 지난 60년간 전미자동차노조가 부품사 노동자와 하청 노동자에게 강요했던 희생을 스스로가 감당해야 하는 처지에 내몰림. 더 문제는 앞으로 오랜 기간 미 자동차 3사가 예전과 같은 수익을 올리기는 불가능하다는 점.
- 강한 산별교섭으로 다른 나라 노조의 부러움 대상이었던 독일금속노조 역시 상황은 비슷. 이번 오펠 매각 논란 과정에서 독일금속노조는 지엠 유럽에 고용된 유럽 각국의 노동자들과 연대하기보다는 메르켈 정부에 대한 로비와 매수 예정자였던 매그나와 자국내 고용 유지 협상만을 펼침. 하지만 결국 지엠이 미국계 사모펀드까지 끌어들이며 벌인 매각 쇼에 속아 대규모 구조조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함.
- 벨기에 노동자들 역시 마찬가지로 안트베르펜의 자동차 기업들이 떠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투쟁을 자제하고, 매그나에 로비하는 것으로 투쟁을 대체. 하지만 이 번 지엠 매각에서 드러났듯이 이윤을 위한 자본의 행동에 노동자들 ‘투쟁력’ 없이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음.
- 당장 고용문제와 관련하여 구체적인 해법이 존재할 수는 없음. 이는 현재 대부분의 문제가 자본주의 시스템에 관한 근본적 문제이기 때문. 따라서 노동조합은 생산물량, 기업 전망과 관련한 장밋빛 희망보다는 정규직, 비정규직, 부품사노동자 모두가 단결할 수 있는 방법부터 찾아보는 것이 중요. 지금을 단결의 힘을 확보할 방안을 찾는 것에 집중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