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친화적, 지역 경제 친화적 기업정상화가 필요하다.
재벌 일가와 채권단의 구조조정으로 피해를 당하는 것은 비단 금호타이어 노동자만은 아니다. 이들의 비용 절감은 부품 납품 업체, 하청 업체 등 금호타이어와 관련된 모든 기업들에게 파급될 것이다. 재벌 일가와 채권단의 ‘부’는 거의 줄지 않지만, 지역 사회의 ‘부’는 여러 점에서 크게 준다.
금호타이어는 이미 몇 년 전부터 국내 공장에 대한 투자를 줄여왔다. 2005년 8천억 원에 달하던 설비자산은 투자 방치 속에 2009년 6천억 원대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한국타이어가 천억 원 이상 설비투자를 한 것에 비하면 매우 큰 감소다. 금호타이어는 중국에 대한 투자에만 열을 올렸고, 국내 설비는 감가상각만큼도 투자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을 이해한다면 광주전남 시민들은 노조 파업에 대한 비난보다는 인력 감축, 투자 축소, 자본 철수라는 구조조정의 악순환에 대해 보다 비판적이어야 한다.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이 임금 수준이 높은 것은 사실이나, 이는 모든 노동자들도 같은 수준의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바꿔내야 할 현실이지, 바닥을 향한 경주가 이뤄져야 할 현실은 아니다.
노동자와 지역에 모두 도움이 되는 기업 정상화가 필요하다. 조금만 생각을 바꾼다면 금호타이어 노동자와 지역 사회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구조조정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노동자와 지역 경제에 손실만 끼친 금호 재벌 일가의 주식을 무상출연하여 금호타이어 자본 확충에 사용하고, 무분별한 국외공장 건설 대신 건전한 국내 설비 투자에 집중하여 지역 내 일자리를 확대할 수 있다. 채권단에 일정한 책임을 묻고 그에 따른 희생을 요구하여 채무상환과 재무 구조 악화라는 악순환 대신 생산과 일자리 확대를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선택할 수 있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은 박씨 일가와 채권단이 현재와 같은 노동 배제적, 지역사회 수탈적 구조조정을 포기할 때 가능하다. 공장 가동까지 중단시키며 노동조합과 지역사회를 협박하는 작태 앞에서 대안은 말 잔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금속노조와 지역 사회 시민들이 함께 투쟁해야 하는 이유다. 2009년 프랑스 클래로이 지방에서는 컨티넨탈이라는 독일계 타이어 회사가 공장 폐쇄를 결정했을 때 전체 지역 시민의 33% 넘는 사람들이 공장으로 몰려가 노동자들과 함께 연대 투쟁을 진행했고, 공장 폐쇄를 유보시킨 예가 있다. 혁명의 도시 광주에서 노동자, 지역사회가 함께 어우러지는 투쟁이 불가능할 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