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구조조정은 온다. 노조를 혁신하고 노동자 단결을 재건해야 한다
금속노조와 지역지부는 금호타이어지회가 이러한 양보교섭안을 작성하는 것에 제대로 개입하지 못했다. 금속노조가 아직은 무늬만 산별이라는 점이 다시 한 번 드러난 것이다. 조직적 정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금속노조니 대공장지회에 대한 개입력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점은 객관적 한계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금호타이어 투쟁에서 금속노조가 자본의 상황을 면밀하게 분석하여 유리한 정세에서 과감한 투쟁을 만들어 내는 분석력과 전략적 집중성도 보이지 못했다는 점은 분명 평가가 필요한 지점이다.
한 예로 금속정책연구원에서 나온 보고서는 노조 역시 경영상태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전향적으로 고통분담에 참여할 것을 이야기하며, 비핵심부분에 대한 도급화, 임금 및 복리후생에 대한 한시적 삭감, 노동친화적(?)인 명예퇴직방안을 고려하며 사측과 타협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보고서는 법정관리로 갈 가능성, 쌍용차 등의 예를 봤을 때 시간은 노동조합 편이 아니라며 노조에 전향적 태도를 가질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금호타이어의 영업상황, 채권단과 박삼구 회장의 결탁을 볼 때 시간은 오히려 노동조합 편이었다. 금호타이어는 시장에서 내몰린 한계기업이 아니라 금호그룹의 인수합병 과정에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었을 뿐이었고, 노동조합 투쟁으로 생산이 멈추면 경영진과 채권단이 크게 손실을 보는 상태였다. 노동조합에게 유리한 투쟁 조건이었던 것이다. 금속노조가 유리한 투쟁 조건 속에서 오히려 공세적으로 재벌 경영진의 문제를 제기하며 노동 배제적 구조조정이 아니라 노동권 보장과 재벌 오너의 책임을 묻는 경영 재편을 요구할 수도 있었던 투쟁이었다. 비정규직 확산하는 도급화를 통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채권단의 연대 책임을 물으며 이자 비용 절감을 통한 지역 사회 고용 창출 방안을 이야기 할 수 있었던 투쟁이었다. 바로 산별노조답게 요구하고 투쟁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금속노조 금호타이어지회는 새로운 지도 집행력을 갖추고 향후 투쟁 태세를 갖추어야 한다. 금속노조와 지역지부 역시 재벌 그룹의 막무가내식 인수합병, 구조조정, 채권단과의 밀약 등에 대해 맞서 싸울 수 있는 정책 개발과 전국적 지역적 투쟁 의제를 만들어 내야 한다.
구조조정이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아니 구조조정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박삼구 회장은 하루라도 빨리 워크아웃을 끝내기 위해 사활을 걸고 비용 절감에 나설 것이다. 그의 꿈은 금호타이어의 장기적 발전, 노사 공생의 기업 같은 것이 아니다. 자신의 잃어버린 소유권을 최대한 빨리 찾아오는 것이다. 저임금 지역의 해외공장 생산 확대, 더 많은 도급화를 통한 저임금 인력 확보를 단행할 것이다.
남유럽발 경제 위기가 급속도로 세계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처럼 2009년 경제 위기 이후 세계 자본주의는 작은 충격에도 크게 흔들거릴 정도로 취약해져 있다. 자본가들은 더 많은 비용절감을 통한 현금 확보와 생산 유연성 강화에 온 힘을 쏟을 것이다. 자본주의 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동차 산업의 한 부분인 타이어 산업 역시 그러하다. 또한 재벌 수출 기업을 필두로 한국 전 산업에 걸친 구조조정 가능성도 크다. 이명박 정권은 재벌을 위해 노동조합은 아예 다 없애버리기라도 할 듯이 노동조합을 탄압할 것이다. 그리고 강성 노조로 분류되는 자동차 노조와 금호타이어노조 역시 정권의 정조준 대상이 될 것이다.
노동조합을 재정비하고 투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이제 잠시도 뒤로 미룰 수 없는 일이다. 금속노조, 금호타이어지회 모두 하루 빨리 조직적 정책적 정비를 마루리해야 한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