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


오늘 논평 | 2016.11.09

정경유착을 끊어라?

경영권 승계에 대한 태도부터 정하라

사회진보연대는 오늘(11.9)부터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의 주요 기사, 논설에 대해 매일 논평 합니다. 특히 조선일보는 이번 사태가 보수진영의 정권 재집권으로 끝나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우리는 이번 박근혜 퇴진 항쟁이 기득권 세력의 권력 다툼으로 끝나지 않고 한국 사회의 구조적 변화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에 대한 비판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 봅니다.


[사설] 대통령 독대 재벌 총수들, 진상 밝혀 유착 고리 끊으라

https://goo.gl/3ih94S

“만약 박 대통령이 총수들에게 출연을 구체적으로 요구하거나 압박을 가했다면 안종범 전 정책조정 수석에게 적용된 직권 남용죄의 주범(主犯) 혐의가 박 대통령에게 적용될 수 있다. 나아가 박 대통령이 어떤 혜택이나 대가 제공을 암시했다면 제3자 뇌물 제공죄 가능성이 커진다. 이 경우 총수들도 뇌물 공여죄 혐의를 적용받을 수 있다. 여기에 774억원 모금의 성격과 사법처리 범위가 달려 있다. 대통령의 실정법 위반과 탄핵 요건 성립 여부까지 관련된 중대한 문제다. … 기업들이 정권 탓만 하면서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 대기업들이 스스로 진상을 밝혀 정경(政經) 유착의 고리를 영원히 끊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얼핏 보면 타당한 이야기다. 하지만 중요한 이야기가 빠졌다. 도대체 왜 그 재벌들이 정권에 협조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관해서다. 사설은 살짝 삼성 이재용 부회장 승계문제, SK, CJ, 한화의 총수 사면 문제, 롯데는 신동빈 형제의 경영권 분쟁을 언급하지만 딱 거기에서 멈췄다.

최순실 게이트에서 여러모로 눈에 띄는 재벌은 삼성, CJ, 롯데다. 로비에 사용한 액수도 가장 크고, 관계에도 가장 적극적이었다. 그렇다면 이 셋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각종 편법과 불법을 통해서만 경영권 승계가 가능한 재벌들이란 점이다.

지금까지 보도된 바에 따르면 삼성은 이재용 경영권 승계에 유리하게 국민연금이 투표하도록 최순실 관련 일에 돈을 퍼부었다. 실제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 당시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총수 일가 편에 섰다. 만약 국민연금이 협조를 안했으면 이재용 일가는 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충분한 지분을 확보할 수 없었거나 훨씬 많은 돈이 필요했을 것이다.

CJ는 이재현 회장 석방을 위해 최순실 사업에 뛰어들었다. 정부는 올해 광복절 특별사면에서 재벌 총수 중 유일하게 이 회장을 풀어줬다. 그런데 이 특사는 단지 육체적 구속만 끝낸 게 아니라, CJ의 불법 경영권 승계를 정부가 용인해 준다는 의미기도 했다. 이 회장은 선대와 후대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만들어진 비자금 때문에 구속됐다. 만약 정부가 이 회장을 복권을 시켜주지 않았더라면 비자금을 통한 3세 경영권 승계가 여러 어려움에 부딪혔을 것이다.

형제의 난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롯데 역시 경영권 승계 편의를 봐달라고 최순실에 수십억 원의 뇌물을 찔러줬다. 롯데가 최순실 재단에 거액을 낼 당시는 신동빈 회장이 출국금지까지 당하며 압박을 당하던 시기로 신 회장은 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비자금을 조성하다 검찰 수사를 받았다. 요란하긴 했지만 결국 유야무야 수사가 끝났고, 신 회장은 그룹을 장악했다. 만약 정부가 실제 의지를 가지고 조사를 했었다면 신 회장은 경영권 승계가 불가능했다.

결국 최순실 게이트의 본질은 불법 탈법을 통해서만 재벌의 경영권 승계가 가능한 재벌체제의 모순이란 이야기다. 마치 왕조 국가처럼 재벌들은 경영권 승계가 아니면 기업도 없다는 식으로 막대한 자금을 쓰고 불법을 자행한다. 그런데 박근혜 정권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역대 정권들은 재벌의 불법 경영권 승계에 모두 눈을 감았다. 최순실은 수십조 원의 이권이 달린 경영권 불법 승계 과정에서 단지 몇 백억 원의 통행료를 받아 챙긴 잡범이라 할 수도 있다. 즉, 금액으로 보나 영향력을 보나 굳이 따지자면 최순실보단 이재용, 이재현, 신동빈이 이번 게이트의 몸통이라 할 것이다.

 미디어오늘

만약 정경유착을 비판하고자 한다면 재벌들의 이런 불법 경영권 승계에 대한 태도가 우선되어야 한다. 정경유착 이전에 불법 외에는 경영권을 승계할 방법이 없는 재벌체제를 비판하는 게 우선이란 뜻이다. 이재용 경영권 승계를 위해 국민의 종잣돈인 국민연금이 손해를 봐야 할 이유가 없고, 이재현과 신동빈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법질서가 무너져야 할 이유가 없다.

조선일보가 정경유착 엄벌을 이야기하는 건 국민이 몸통이 아니라 꼬리만 보게 하려는 심보일 것이다. 조선일보는 여러 논평을 통해 이번 사태가 구조적 개혁보단 보수 진영 내 권력 교체 정도로 끝나야 한다고 역설해왔다. 하지만 손으로 해를 가릴 순 없다. 국민은 이미 재벌이란 몸통을 향해서도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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