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논평 | 2016.11.17
박근혜의 보수 갈라치기와
조선일보의 딜레마
<조선일보> 사설 ‘이 위기에 국방장관 해임한다는 야당 제정신인가’ 비판
“(한일군사보호) 협정은 우리보다 한 수 위인 일본과의 군사 정보교류를 통해서 북한의 핵, 미사일 도발 등을 미리 막거나 줄여보자는 것이다. 협정은 북한에 대처하기 위한 것으로 박 대통령 문제와 연결할 일이 아니다.”
청와대 태도가 돌변했다. 이번 주부터 검찰조사 시간끌기와 함께 국정을 재가동한 것이다. 국방부는 한일군사보호협정을 일사천리로 추진 중이고, 교육부는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 공개를 강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계없이 완수하겠다는 의지다. 공공기관 성과퇴출제(성과연봉제+저성과자 퇴출제) 역시 멈출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과연 이 세 가지가 심각한 국정 혼란에서도 추진되어야 할 중차대한 문제인가? 조선일보의 반응부터 보자.
시종일관 청와대와 친박을 물어뜯던 조선일보는 박근혜가 국정을 재가동시켜도 별 말이 없다. 사설을 통해 “북한에 대처하기 위한 것으로 박 대통령 문제와 연결할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박근혜 퇴진과는 상관없는 박근혜의 국정운영? 박근혜를 향해 국정에서 손을 떼라던 조선일보가 낯익은 ‘유체이탈화법’을 쓰고 있다. 국정교과서, 성과퇴출제 추진에도 ‘필요하다 혹은 반대하지 않는 애매한 입장’을 보인다.
이유는 단순하다. 지금까지 조선일보가 열렬히 지지해 왔던 정책들이기 때문이고, 앞으로도 보수세력을 재결집 시키려면 필요한 아젠다이기 때문이다. 조선일보의 딜레마다. 박근혜를 퇴진시키긴 해야 하겠는데, 정작 박근혜가 추진하는 정책에는 반대를 할 수가 없다.
사실 조선일보의 박근혜 비판은 새로운 변화가 아니라, 박근혜를 대체할 다른 누군가를 찾기 위함이다. 청와대도 이를 알고 국정 재가동을 보수의 핵심 정책으로 시작한 것이다. 청와대가 “우리가 남이가?”라고 묻자 조선일보가 그렇다고도, 아니라고도 못하는 웃지 못 할 상황인 셈이다.
청와대와 조선일보·검찰의 대립과 협력은 보수세력 내 권력을 두고 벌어지는 진흙탕 싸움이다. 그럼에도 대표적인 반평화·반민주·민생파탄 정책은 의견일치를 보인다. 헬조선, 더 심하게는 ‘개돼지’나라를 만들어 낼 정책을 멈추지 않을 작정이다. 이로써 우리가 왜 박근혜‘만’이 아니라 박근혜를 만든 체제를 해체해야 하는지가 분명해졌다. 우리는 다시 한 번 싸워야 할 대상, 외쳐야 할 구호가 무엇인지를 조선일보의 딜레마를 통해 확인하게 됐다. 그렇다. 해체시켜야 할 건 박근혜 정권만이 아니라 박근혜를 만든 체제 전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