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


비선의 비선 | 2016.11.14

박근혜 정부, 이재용 3대 세습 위해 의료민영화 추진했나

대통령이 ‘유사 영리병원’ 고객인 나라

추악한 실체를 끝없이 드러내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젠 의료민영화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JTBC 등의 보도에 따르면 최순실은 자신이 단골인 강남 차움병원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약과 주사제를 대신 처방받아갔다. 민간인이 대통령 건강문제를 챙긴 것도 말이 안되지만, 주사제 대리 처방은 의료법 위반이다.

보건당국은 의료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차움은 다른 의료법 위반도 조사해야 한다. 차움은 의료법을 교묘하게 피해가는 ‘유사 영리병원’이다. 의료법에 따르면 주식회사와 같은 영리법인은 병원을 운영할 수 없다. 그런데 차병원그룹의 계열사인 ㈜차바이오텍은 차움의원을 운영하고 있다. 그것도 강남 청담동의 최고급 오피스텔에서 공공연하게 말이다.

게다가 차움의원은 피부관리, 피트니스, 스파까지 부대사업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런 영리 목적의 부대사업을 병원이 운영하는 것도 의료법 상 위반 소지가 있다. 그런데 이런 의료법 규제를 과감히 완화하겠다는 것이 바로 2014년에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의료민영화다. 이런 규제완화는 차병원그룹, 정확히 말하면 ㈜차바이오텍의 의료사업에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다. (자세한 내용은 사회진보연대 보고서 “의료민영화 쟁점 분석(1)-의료법인 자회사 허용의 수혜기업은?” 참조) 여러 언론에서 이 사실을 다뤘으나 차움의 의료법 위반 여부와 관련해서 정부는 어떤 후속조치도 하지 않았다.

이제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바로 이런 ‘유사 영리병원’의 단골 고객이 바로 VIP와 그 비선들(최순실, 정유라, 정윤회 등)이었던 것이다.

차병원그룹 특혜 의혹

의료산업 발전이라는 명분으로 박근혜 정부가 추진해 온 정책들은 번번이 의료민영화, 재벌 특혜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대표적인 것이 영리병원 허용, 병원 영리 부대사업 허용 등이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차병원그룹은 이 분야에서 이미 선두주자다. 영리병원의 문제점은 이제 전 국민이 안다. 가격만 비싸고 의료의 질도 좋지 않다. 불필요한 과잉의료 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영리병원은 의료 자원의 분배를 왜곡한다. 돈이 있는 곳에 의료서비스를 공급하기 때문에 가난한 이들에게 돌아갈 의료자원은 부족해지게 된다.

특혜 의혹은 이 뿐만이 아니다. 올해 1월 6개 부처 합동 업무보고를 통해 ‘바이오헬스 7대 강국 도약’ 계획을 발표했는데, 발표 장소가 차병원이 운영하는 연구소인 차바이오컴플렉스였다. 최근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바이오헬스 육성 정책은 신약, 신의료기술에 대한 안전성 규제완화, 건강보험 특혜 적용 등을 포함하고 있다. 즉 제약기업이나 의료기기 기업이 신제품을 개발하면 빨리 시장에 출시해서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런 규제완화는 효과가 없거나 심지어 해악을 미칠 수도 있는 신약이나 신의료기기를 환자가 사용하게 될 위험성을 높인다. 게다가 그런 신약과 신의료기기를 사용하는 비용을 임상시험의 단축으로 혜택을 본 제약회사, 의료기기회사가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와 건강보험이 부담하도록 만든다. 환자들은 자기 돈을 쓰면서 마루타가 되는 것이다. 바이오헬스 육성 정책은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한 위험한 도박이다.

보건복지부가 통상적인 절차라 해명했지만 차병원 특혜 의혹은 진상이 규명될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 제약·의료기기 산업 육성 정책에 차병원이 모두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삼성이 진정한 몸통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의료민영화의 관계를 제대로 보기 위해선 주인공을 등장시켜야 한다. 바로 삼성이다. 미르·케이스포츠 재단의 204억 원이라는 가장 많은 기부금을 내고, 그것도 모자라 정유라에게만 35억을 지원한 삼성은 그 대가로 무엇을 원한 것일까.

의료영역에서 차병원그룹은 삼성과 비교가 안 된다. 삼성서울병원이라는 국내 최대 규모의 병원을 운영하고, 삼성생명이라는 국내 최대 민간의료보험을 운영한다. 여기에 신사업 전략으로 삼성전자는 의료기기 산업에 뛰어들었다. 또한 삼성바이오로직스라는 제약회사를 설립해서 송도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시밀러 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의료민영화가 의료의 삼성 독점전략이라는 비판은 이미 10년도 넘게 계속되고 있다. 심지어 차병원그룹의 핵심인 차바이오텍 또한 제일모직, 삼성카드 출신의 ‘삼성맨’들이 대표이사를 역임하고 있다. 차병원그룹은 삼성 의료민영화 전략의 2중대에 가깝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재용 부회장의 3대 세습을 위한 필수적인 고리 중 하나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대 주주가 삼성물산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과에 따라 삼성물산의 주가가 결정되고,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이재용의 지배력이 확보된다. 국민연금 의혹과 함께 삼성을 위한 의료민영화 의혹도 이번 박근혜-최순실-재벌 게이트에서 반드시 진상이 규명되어야 할 것이다.

국민 건강 농단, 퇴진이 답이다

모든 특혜 의혹을 떠나서 차움의원도 인정한 사실에서 다시 출발하자. 최순실은 차움의원에서 2010년 8월부터 2016년 5월까지 종합비타민 주사제를 반복해서 처방받았고 진료기록지에는 ‘청’, ‘안가’ 가 기록되어 있었다. 차움의원이 유사 영리병원 의혹을 받든지 말든지 이 땅의 상류층들은 특별대우를 받으며 고급 병원을 편하게 이용하고 있다. 박근혜와 최순실이 그 중 하나였다.

병원비 부담 때문에 아파도 병원에 가지도 못한다고 국민들이 아무리 호소해도 박근혜와 최순실에게는 자기 문제가 아니었을 것이다. 고급영리병원이 도입되면 주변 공공병원들도 영리병원처럼 돈벌이에 혈안이 될 것이고, 의료 인력도 고급병원에 편중되면서 가난한 이들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병원노동자들이 파업까지 하면서 반대했지만 대통령에겐 ‘개돼지’들의 불평불만처럼 들렸을 것이다. 한국의 병원 체계가 엉망이고 메르스 전염병의 숙주가 되었지만 어차피 ‘개돼지’랑 다른 병원을 쓰면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의료민영화가 야만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을 박근혜 대통령에겐 퇴진만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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