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논평 | 2016.12.07
이재용의 미래는 박근혜의 현재다
재벌총수 청문회의 국민 기만
이재용 입에서 나온 박근혜의 언어
“모른다. 관계없다.”, “앞으로 잘하겠다.”, “특검에서 밝히겠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청문회에서 한 말들이다. 그런데 이 장면, 익숙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세 차례 담화와 묘하게 겹친다.
“최순실씨가 했다. 난 모른다.”, “국정이 중단되면 안 된다.”, “자세한 건 검찰에서 밝히겠다.” 우리가 지난 한 달간 울화통을 터뜨리며 들은 박근혜의 변명이다. 이재용의 말들은 박근혜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이재용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국민연금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냐는 의원 질문에 국민연금이 앞으로 돈 벌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식으로 대답했다. 불법이 있었냐고 물었더니 몇 푼 쥐어주면 되겠냐고 대꾸한 셈이다.
두 계열사 합병이 경영권 승계 목적인데 이재용씨가 깊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원 질문에는 두 계열사가 사업 시너지를 위해 스스로 결정한 것이라고 대답했다.
세계적 투자기관과 언론 모두 두 계열사 합병을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고 반론하자, 그는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모른다하고 우기면 결국 자신의 뜻대로 될 수밖에 없다는 태도다.
“민중은 개·돼지. 먹고살게만 해주면 돼”라고 말한 교육부 고위 관료의 말과 이재용의 말이 다르지 않았다. “국가를 위해서 한 일이다. 사익추구는 없었다.”라고 말한 박근혜의 3차 담화와 이재용의 청문회 대답들이 다르지 않았다. 우리가 재벌 총수 국회 청문회에서 본 건 우리 사회의 또 다른 박근혜다.
보다 명확해진 사실관계
증인이 모르쇠로 일관해 다소 답답한 청문회였지만 그 와중에도 추가로 밝혀진 사실들도 있었다.
첫째, 삼성이 합병을 앞두고 국민연금을 포함한 기관투자자들을 직접적으로 압박했다는 사실이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주진형 전 한화증권 사장은 장충기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이 한화그룹 비서실에 압력을 넣어 합병에 부정적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내지 못하도록 했다고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삼성물산의 소주주 중 한 명이었던 윤석근 일성신약 대표는 국민연금 관계자로부터 삼성 합병에 찬성할 것을 권고 받으며 연금은 이미 합병에 찬성하기로 내부 정리가 끝났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미래전략실이 깊이 관여했고, 국민연금은 손익 계산 이전에 다른 이유로 합병 찬성을 미리 결정했다는 것이다. 사업 시너지를 위한 두 계열사의 자체적 판단이라는 이재용 부회장의 증언은 명확한 위증이다.
둘째, 이재용은 삼성 미래전략실에서 삼성전자 돈으로 최순실 모녀를 지원한 사실을 인정했고, 또한 이 일에 직접 연루된 장충기 사장과 자주 경영 현황을 토론한다는 것도 인정했다. 물론 자신은 최씨 모녀 지원과 관련해서는 일체 들은 바가 없다며 발뺌하긴 했다.
하지만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이건희가 쓰러진 2014년 5월 이후 경영권 승계가 그룹 전체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된 상황에서, 거의 매일 보다시피 할 정도로 측근인 장충기 사장이 이재용의 승인 없이 단독으로 알아서 정권 실세를 지원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이재용은 최씨 모녀 승마 지원을 여러 사회 지원 중 하나로 여겼을 뿐이라고도 했는데, 삼성은 2015년부터 기존 스포츠 지원도 축소할 정도로 강하게 비용 긴축을 하고 있었다.
전경련이 모금한 미르·K재단 건에 대해 이재용이 전경련 회비 정도로 여겼다는 점도 말이 되지 않는다. 청문회에서 전경련 회장이 밝혔듯 삼성의 전경련 회비는 30~50억 원이다.
그런데 삼성이 최순실 재단에 납부한 돈은 그보다 4배 이상 큰 200억 원이다. 의도가 뻔하고 이재용이 몰랐을 리도 없단 이야기다.
미래전략실 해체, 전경련 해체?
국회가 도운 삼성의 꼬리자르기!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최순실-이재용 게이트를 조사하는 청문회에서 뜬금없이 전경련을 탈퇴하고, 미래전략실을 해체하라고 이재용에게 주문했다. 그리고 이재용은 마치 준비했다는 듯 단호하게 하겠다고 했다. 이재용이 13시간의 청문회에서 유일하게 명확하게 이야기한 건 이 두 가지뿐이다.
우선 미래전략실 해체는 하나마나한 약속이다. 삼성은 사건이 있을 때마다 총수를 위해 일하는 그룹 컨트롤타워 이름을 바꿨었다. 1998년 이건희 취향 탓에 만들어진 삼성자동차가 그룹 전체를 위기로 내몰자 이를 주도했던 비서실을 구조조정본부로 바꿨다. 2006년 대선 자금 사건과 안기부 X파일로 사회적 지탄 여론이 커지자 구조조정본부를 전략기획실로 또 바꿨다. 2010년에는 3세 경영진이 그룹 전면에 배치되며 구태의연한 경영권 승계가 이야기되자 전략기획실을 3세 경영 이미지에 맞도록 미래전략실로 바꿨다. 굳이 하태경 의원의 지적이 없더라도 삼성은 비리로 찍힌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고 다른 조직을 만들 계획이었을 것이다.
전경련 해체도 마찬가지다. 최순실 재단 설립의 주역이 된 전경련은 이미 사회적으로 생명이 끝난 조직이다. 십 수 년 전부터 회장을 세우는 것도 힘들어해 경총과 같은 다른 경제단체로 통합되는 것도 여러 차례 이야기됐었다. 이미 정부 위에 올라선 상위 재벌들 입장에서 전경련은 계륵에 불과했다. LG구본무 회장이나 현대차 정몽구 회장은 미리 작심한 듯 청문회에서 전경련은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태경 의원이 삼성에게 전경련 탈퇴를 요구한 건 삼성 입장에서 보면 계륵을 떼어내는 좋은 명분하나 얻은 셈이다.
청문회에서 이재용에게 미래전략실 해체, 전경련 탈퇴를 요구한 건 원래 삼성이 하려던 일에 힘만 실어준 꼴이다. 약속을 한 이재용도, 이런 요구를 관철한 의원도, 적당히 청문회 쇼를 한 것에 다름 아니다.
이재용은 미래의 박근혜
박근혜와 이재용을 함께 구속시켜야 한다
탄핵으로든 하야로든 박근혜는 물러날 것이다. 하지만 임기도 없고, 국회가 탄핵할 수도 없는 삼성공화국의 이재용은 물러날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다. 삼성 재벌 총수인 40대 후반의 이재용은 별다른 사건이 없다면 앞으로도 30년 넘게 한국 경제를 지배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청문회에서 본 이재용은 국민을 개‧돼지로 여기는 것 같았고,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국민은 다 잊는다.”고 생각하는 듯 “모른다. 자신은 관계없다.”만 반복했다. 그는 박근혜와 다르지 않았다.
최대 피해자는 청년들일 것이다. 삼성에 취직하길 바라고, 또 삼성에 취직하지 않더라도 삼성이 지배하는 산업계에서 직장생활을 해야 하니 말이다. 청년에게는 5년 임기 대통령보다 힘센 사람이 이재용이다.
이재용은 청문회에서도 선심 쓰듯 청년 고용에 대해 여러 차례 말했다. 그런데 그 이재용이 박근혜다. 박근혜가 퇴진해도 청년들은 박근혜 체제에 남는다.
박근혜 게이트의 몸통 이재용을 처벌해야 한다. 박근혜가 이미 과거가 되어가고 있다면, 이재용은 다가오는 미래다. 200만 촛불은 청년의 미래를 위해 이제 삼성을 향해야 한다.
“모른다. 관계없다.”, “앞으로 잘하겠다.”, “특검에서 밝히겠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청문회에서 한 말들이다. 그런데 이 장면, 익숙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세 차례 담화와 묘하게 겹친다.
“최순실씨가 했다. 난 모른다.”, “국정이 중단되면 안 된다.”, “자세한 건 검찰에서 밝히겠다.” 우리가 지난 한 달간 울화통을 터뜨리며 들은 박근혜의 변명이다. 이재용의 말들은 박근혜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이재용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국민연금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냐는 의원 질문에 국민연금이 앞으로 돈 벌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식으로 대답했다. 불법이 있었냐고 물었더니 몇 푼 쥐어주면 되겠냐고 대꾸한 셈이다.
두 계열사 합병이 경영권 승계 목적인데 이재용씨가 깊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원 질문에는 두 계열사가 사업 시너지를 위해 스스로 결정한 것이라고 대답했다.
세계적 투자기관과 언론 모두 두 계열사 합병을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고 반론하자, 그는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모른다하고 우기면 결국 자신의 뜻대로 될 수밖에 없다는 태도다.
“민중은 개·돼지. 먹고살게만 해주면 돼”라고 말한 교육부 고위 관료의 말과 이재용의 말이 다르지 않았다. “국가를 위해서 한 일이다. 사익추구는 없었다.”라고 말한 박근혜의 3차 담화와 이재용의 청문회 대답들이 다르지 않았다. 우리가 재벌 총수 국회 청문회에서 본 건 우리 사회의 또 다른 박근혜다.
보다 명확해진 사실관계
증인이 모르쇠로 일관해 다소 답답한 청문회였지만 그 와중에도 추가로 밝혀진 사실들도 있었다.
첫째, 삼성이 합병을 앞두고 국민연금을 포함한 기관투자자들을 직접적으로 압박했다는 사실이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주진형 전 한화증권 사장은 장충기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이 한화그룹 비서실에 압력을 넣어 합병에 부정적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내지 못하도록 했다고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삼성물산의 소주주 중 한 명이었던 윤석근 일성신약 대표는 국민연금 관계자로부터 삼성 합병에 찬성할 것을 권고 받으며 연금은 이미 합병에 찬성하기로 내부 정리가 끝났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미래전략실이 깊이 관여했고, 국민연금은 손익 계산 이전에 다른 이유로 합병 찬성을 미리 결정했다는 것이다. 사업 시너지를 위한 두 계열사의 자체적 판단이라는 이재용 부회장의 증언은 명확한 위증이다.
둘째, 이재용은 삼성 미래전략실에서 삼성전자 돈으로 최순실 모녀를 지원한 사실을 인정했고, 또한 이 일에 직접 연루된 장충기 사장과 자주 경영 현황을 토론한다는 것도 인정했다. 물론 자신은 최씨 모녀 지원과 관련해서는 일체 들은 바가 없다며 발뺌하긴 했다.
하지만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이건희가 쓰러진 2014년 5월 이후 경영권 승계가 그룹 전체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된 상황에서, 거의 매일 보다시피 할 정도로 측근인 장충기 사장이 이재용의 승인 없이 단독으로 알아서 정권 실세를 지원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이재용은 최씨 모녀 승마 지원을 여러 사회 지원 중 하나로 여겼을 뿐이라고도 했는데, 삼성은 2015년부터 기존 스포츠 지원도 축소할 정도로 강하게 비용 긴축을 하고 있었다.
전경련이 모금한 미르·K재단 건에 대해 이재용이 전경련 회비 정도로 여겼다는 점도 말이 되지 않는다. 청문회에서 전경련 회장이 밝혔듯 삼성의 전경련 회비는 30~50억 원이다.
그런데 삼성이 최순실 재단에 납부한 돈은 그보다 4배 이상 큰 200억 원이다. 의도가 뻔하고 이재용이 몰랐을 리도 없단 이야기다.
미래전략실 해체, 전경련 해체?
국회가 도운 삼성의 꼬리자르기!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최순실-이재용 게이트를 조사하는 청문회에서 뜬금없이 전경련을 탈퇴하고, 미래전략실을 해체하라고 이재용에게 주문했다. 그리고 이재용은 마치 준비했다는 듯 단호하게 하겠다고 했다. 이재용이 13시간의 청문회에서 유일하게 명확하게 이야기한 건 이 두 가지뿐이다.
우선 미래전략실 해체는 하나마나한 약속이다. 삼성은 사건이 있을 때마다 총수를 위해 일하는 그룹 컨트롤타워 이름을 바꿨었다. 1998년 이건희 취향 탓에 만들어진 삼성자동차가 그룹 전체를 위기로 내몰자 이를 주도했던 비서실을 구조조정본부로 바꿨다. 2006년 대선 자금 사건과 안기부 X파일로 사회적 지탄 여론이 커지자 구조조정본부를 전략기획실로 또 바꿨다. 2010년에는 3세 경영진이 그룹 전면에 배치되며 구태의연한 경영권 승계가 이야기되자 전략기획실을 3세 경영 이미지에 맞도록 미래전략실로 바꿨다. 굳이 하태경 의원의 지적이 없더라도 삼성은 비리로 찍힌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고 다른 조직을 만들 계획이었을 것이다.
전경련 해체도 마찬가지다. 최순실 재단 설립의 주역이 된 전경련은 이미 사회적으로 생명이 끝난 조직이다. 십 수 년 전부터 회장을 세우는 것도 힘들어해 경총과 같은 다른 경제단체로 통합되는 것도 여러 차례 이야기됐었다. 이미 정부 위에 올라선 상위 재벌들 입장에서 전경련은 계륵에 불과했다. LG구본무 회장이나 현대차 정몽구 회장은 미리 작심한 듯 청문회에서 전경련은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태경 의원이 삼성에게 전경련 탈퇴를 요구한 건 삼성 입장에서 보면 계륵을 떼어내는 좋은 명분하나 얻은 셈이다.
청문회에서 이재용에게 미래전략실 해체, 전경련 탈퇴를 요구한 건 원래 삼성이 하려던 일에 힘만 실어준 꼴이다. 약속을 한 이재용도, 이런 요구를 관철한 의원도, 적당히 청문회 쇼를 한 것에 다름 아니다.
이재용은 미래의 박근혜
박근혜와 이재용을 함께 구속시켜야 한다
탄핵으로든 하야로든 박근혜는 물러날 것이다. 하지만 임기도 없고, 국회가 탄핵할 수도 없는 삼성공화국의 이재용은 물러날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다. 삼성 재벌 총수인 40대 후반의 이재용은 별다른 사건이 없다면 앞으로도 30년 넘게 한국 경제를 지배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청문회에서 본 이재용은 국민을 개‧돼지로 여기는 것 같았고,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국민은 다 잊는다.”고 생각하는 듯 “모른다. 자신은 관계없다.”만 반복했다. 그는 박근혜와 다르지 않았다.
최대 피해자는 청년들일 것이다. 삼성에 취직하길 바라고, 또 삼성에 취직하지 않더라도 삼성이 지배하는 산업계에서 직장생활을 해야 하니 말이다. 청년에게는 5년 임기 대통령보다 힘센 사람이 이재용이다.
이재용은 청문회에서도 선심 쓰듯 청년 고용에 대해 여러 차례 말했다. 그런데 그 이재용이 박근혜다. 박근혜가 퇴진해도 청년들은 박근혜 체제에 남는다.
박근혜 게이트의 몸통 이재용을 처벌해야 한다. 박근혜가 이미 과거가 되어가고 있다면, 이재용은 다가오는 미래다. 200만 촛불은 청년의 미래를 위해 이제 삼성을 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