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에 갇힌 난민들에게 문을 열어라!
오늘 2016년 6월 20일은 세계 난민의 날이다. 국제 분쟁과 전쟁 때문에 고국을 떠나 생존의 길을 찾아야 하는 난민들의 안타까운 현실들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날이다.
난민 지위에 관한 협약을 비준하고, 유엔난민기구 집행위원회(EXCOM)이자 UN인권이사회의 의장국인 한국은 이미 국제사회 속에서 난민들의 발생과 생존을 함께 고민할 것을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난민신청자들은 인천국제공항에서부터 입국이 거절되어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6개월 넘게 비인간적인 공항 시설에 구금되어 있는 현실. 이것이 바로 난민을 대하는 대한민국의 민낯이다.
2013년 7월 1일 실행된 난민법으로 공항과 항만에서 난민신청이 가능해졌다. 정부는 이를 두고 “난민 인정과 처우에 관한 법률을 별도로 제정해 시행하는 것은 난민협약에 가입한 아시아 국가 중 한국이 최초"라며 자랑했다. 그러나 이렇게 선진적인 외양과 달리 난민법은 투명한 원칙에 의해 작동되지는 않고 있으며, 오히려 억울한 피해자들을 양산해 내고 있다.
많은 난민신청자들이 공항과 항만에서부터 난민인정심사 불회부 결정을 받아 국내에 입국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돌아갈 곳도 없는 신세가 되어 송환대기실에 갇혀버린다. 겨우겨우 자신의 사정을 외부에 알리고 소송을 통해 승소할 때까지, 침구와 세면도구조차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고 24시간 내내 전등이 켜져 있는 폐쇄된 곳에서 기약 없는 집단 구금 생활을 하게 된다.
장기간 구금생활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는데도, 출입국관리사무소는 합리적이고 투명한 절차와 시설조차 마련하지 않고 있다. 불회부된 난민신청자들은 불회부 처분의 이유조차 알 수 없고, 이의신청도 어려운 상태에서 거의 무기한적인 구금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심지어 그 기간 동안 머무르는 송환대기실은 설립 근거와 운영에 대한 법적인 규정조차 존재하지 않는 시설로서, 난민신청자 대부분은 사실상 무법지대에서 기약 없는 비인간적 시간을 견뎌내야만 한다.
다행히 인천지방법원(행정2부)은 2016년 6월 17일, 19명의 시리아 난민신청자들을 6개월이 넘도록 공항에 구금한 인천공항출입국관리사무소의 위법함을 인정하였다. 뿐만 아니라 인천공항출입국사무소가 적법하지 않게 난민신청자들을 불회부시켰음은 법원에서도 점차 인정하고 있다.
이곳 인천국제공항은 난민들을 봉쇄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난민신청자들은 힘겹게 입국하여도 지역건강보험체계, 아동복지체계, 자유로운 생계활동을 보장 받을 수 있는 권리에서 배제당한다. 외부에 선전하는 것과 달리 대한민국은 난민들에게 문을 걸어 잠그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5년 11월16일 테러리즘과 난민 위기에 대한 G20 정상회의 업무만찬에서 “난민 발생국은 물론 경유지와 최종 목적지 국가들의 부담과 책임을 국제사회가 함께 공유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제는 정부가 그 말에 책임을 지고 난민들에게 진정으로 문을 열어야 할 때이다.
2016년 6월 20일
난민네트워크, 이주공동행동, 인천이주운동연대, 헬프시리아 및 참여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