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논평 | 2016.12.21
박영수 특검은 `08년 특검과 다를 수 있을까?
그때 제대로 처벌했다면 오늘의 국정농단은 덜 심각했을 수 있다
• `08년 삼성특검에서 면죄부 받은 현명관 전 삼성 비서실장, 최순실 게이트에 마사회 회장으로 국정농단 배후로 다시 등장
• 이재용 경영권 승계 위한 비자금에 면죄부 준 삼성 특검, 결과적으로 오늘날의 국정농단을 키운 역사적 죄인
• 박영수 특검은 다를 수 있을지... 이재용과 관계자들 구속시켜야 역사적 책임 다하는 것
2008년 ‘삼성비자금의혹관련특검’의 수사 결론 중 일부다. 당시 조준웅 특검은 이건희 회장이 아들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4조원 대 비자금을 조성했고, 이 과정에서 배임, 횡령, 탈세 등의 불법이 조직적으로 이뤄졌음을 밝혀냈다. 하지만 특검은 이들을 처벌한 것이 아니라 위 인용문처럼 오히려 이들에게 ‘면죄부’를 줬다. 그리고 재판에서도 검사가 아니라 삼성의 변호사를 자처하며 이건희와 경영진의 죄를 대부분 무죄 또는 최소형량으로 만들었다. 2009년까지 이어진 재판에서 이건희와 경영진 8명 중 누구하나 구속된 사람이 없다.
이건희, 이재용 부자의 뒤집기 역전승이었고 국민과 헌법의 패배였다. 삼성 법무팀에서 일한 김용철 변호사가 비자금 의혹을 폭로해 만들어진 특검이 결과적으로 비자금을 합법화해줬고, 불법 경영권 승계를 사면해준 꼴이 되었다. 거기에 이명박은 재판이 끝난 그해 말 그나마 내려진 이건희의 유죄 부분까지 모두 사면해줬다.
그런데 역사는 한 번은 비극으로, 또 한 번은 희극으로 나타난다고 하더니, 삼성의 국민기만‧헌정유린은 삼성 특검 당시 인물들을 다시 역사의 무대로 불러냈다. 이번 희극의 주인공은 2008년 삼성 비자금 사건의 몸통 중 한 명이었던 현명관 전 삼성 비서실장과 비자금 조성의 수혜자였던 이재용 부회장이다. 현명관씨는 현 마사회 회장이자 이른바 박근혜 원로측근모임 ‘7인회’의 한 명으로 삼성과 최순실을 연결시켜준 핵심 고리로 의심받고 있다.
현명관 전 비서실장은 1996년 에버랜드 헐값 전환사채 발행의 주역이었다. 하지만 삼성 특검의 면죄부주기 수사와 법원의 삼성 봐주기 판결로 그는 무죄가 되었고, 한나라당 새누리당에서 친박 경제인으로 활동하며 2013년 안종범 수석이 특별회원으로 참여한 ‘창조와 혁신’이란 연구단체를 설립했고, 그 해 말 한국마사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승마를 매개로 최순실과 삼성이 연루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가 둘 사이에서 큰 역할을 했으리란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공교롭게도 현씨는 이재용 경영권 세습 문제로 10년 만에 다시 언론지상에 오르내리게 됐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만약 조준웅 특검이 삼성 비자금 문제를 단호하게 처벌했다면 오늘날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먼저, 당시 이건희, 현명관씨와 같은 관계자들이 모두 구속되고 횡령, 배임, 탈세한 금액이 환수됐다면, 이재용씨가 꼼수로 경영권을 승계할 수 있다는 미련을 버렸을지 모른다. 이씨는 1995년 이건희로부터 60억 원을 상속받아 현재 10조원이 넘는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저가 전환사채 발행, 꼼수 상장과 인수합병 등 삼성그룹 계열사가 모두 나서 그의 재산을 모아줬다.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인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건도 이 연장선에 있다.
그리고 이재용씨가 불법 경영 승계에 대해 미련을 버렸다면, 오늘의 최순실 게이트도 그 정도가 덜 했을지 모른다. 최순실씨가 미르‧K재단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나, 경제 문화 곳곳에 자신의 심복을 심어놓을 수 있었던 것은, 삼성 같은 거대 물주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삼성은 불법적 경영권 승계에 대해 정부 협조를 얻기 위해 최씨 딸의 독일 유학 생활까지 일일이 챙겼다.
따라서, 이건희와 이재용의 불법 경영권 승계, 경영진들의 막무가내 식 배임 횡령에 면죄부를 준 2008년 삼성 특검이 오늘날의 불행을 만든 중요한 원인이다. 우연한 나비 효과가 아니다. 한국에서 재벌 총수의 경영권 승계는 언제나 정경유착과 헌정유린의 직접적 계기가 됐었다.
오늘 박영수 특검이 정식 수사를 개시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 뇌물죄를 밝히기 위해 삼성을 특별히 더 수사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동시에 특검이 이재용 부회장을 처벌하지는 않고, 적당히 실무진 몇 명을 구속하는 선에서 수사를 끝낼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박영수 특검이 역사의 불행을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재용과 관련자들 모두를 구속 처벌하지 않으면, 10년 후 박 특검은 다시 삼성 특검과 마찬가지로 역사의 반복된 불행을 만든 주체로 기록될 것이다.
• 이재용 경영권 승계 위한 비자금에 면죄부 준 삼성 특검, 결과적으로 오늘날의 국정농단을 키운 역사적 죄인
• 박영수 특검은 다를 수 있을지... 이재용과 관계자들 구속시켜야 역사적 책임 다하는 것
2008년 삼성 특검 수사결과서
“공소 제기한 범죄사실은 배임행위로 인한 이득액이나, 포탈한 세액이 모두 천문학적인 거액으로서 법정형이 무거운 중죄 … 피의자들이 대기업 그룹의 회장 또는 최고 경영자 등 중추적인 핵심 임원들로서 신병을 구속하면 기업 경영에 있어 엄청난 공백과 차질을 빚어, …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파장이 매우 클 것으로 보이는 한편, … 피고인들의 범행이 중죄에 해당한다고 하여 본건 피고인들을 반드시 구속하여 재판해야 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 삼성 그룹은 창업 이래 … 우리 기업의 선진화, 국제화와 국가 브랜드를 드높이는 데 크게 기여.”
2008년 ‘삼성비자금의혹관련특검’의 수사 결론 중 일부다. 당시 조준웅 특검은 이건희 회장이 아들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4조원 대 비자금을 조성했고, 이 과정에서 배임, 횡령, 탈세 등의 불법이 조직적으로 이뤄졌음을 밝혀냈다. 하지만 특검은 이들을 처벌한 것이 아니라 위 인용문처럼 오히려 이들에게 ‘면죄부’를 줬다. 그리고 재판에서도 검사가 아니라 삼성의 변호사를 자처하며 이건희와 경영진의 죄를 대부분 무죄 또는 최소형량으로 만들었다. 2009년까지 이어진 재판에서 이건희와 경영진 8명 중 누구하나 구속된 사람이 없다.
이건희, 이재용 부자의 뒤집기 역전승이었고 국민과 헌법의 패배였다. 삼성 법무팀에서 일한 김용철 변호사가 비자금 의혹을 폭로해 만들어진 특검이 결과적으로 비자금을 합법화해줬고, 불법 경영권 승계를 사면해준 꼴이 되었다. 거기에 이명박은 재판이 끝난 그해 말 그나마 내려진 이건희의 유죄 부분까지 모두 사면해줬다.
그런데 역사는 한 번은 비극으로, 또 한 번은 희극으로 나타난다고 하더니, 삼성의 국민기만‧헌정유린은 삼성 특검 당시 인물들을 다시 역사의 무대로 불러냈다. 이번 희극의 주인공은 2008년 삼성 비자금 사건의 몸통 중 한 명이었던 현명관 전 삼성 비서실장과 비자금 조성의 수혜자였던 이재용 부회장이다. 현명관씨는 현 마사회 회장이자 이른바 박근혜 원로측근모임 ‘7인회’의 한 명으로 삼성과 최순실을 연결시켜준 핵심 고리로 의심받고 있다.
현명관 전 비서실장은 1996년 에버랜드 헐값 전환사채 발행의 주역이었다. 하지만 삼성 특검의 면죄부주기 수사와 법원의 삼성 봐주기 판결로 그는 무죄가 되었고, 한나라당 새누리당에서 친박 경제인으로 활동하며 2013년 안종범 수석이 특별회원으로 참여한 ‘창조와 혁신’이란 연구단체를 설립했고, 그 해 말 한국마사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승마를 매개로 최순실과 삼성이 연루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가 둘 사이에서 큰 역할을 했으리란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공교롭게도 현씨는 이재용 경영권 세습 문제로 10년 만에 다시 언론지상에 오르내리게 됐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만약 조준웅 특검이 삼성 비자금 문제를 단호하게 처벌했다면 오늘날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먼저, 당시 이건희, 현명관씨와 같은 관계자들이 모두 구속되고 횡령, 배임, 탈세한 금액이 환수됐다면, 이재용씨가 꼼수로 경영권을 승계할 수 있다는 미련을 버렸을지 모른다. 이씨는 1995년 이건희로부터 60억 원을 상속받아 현재 10조원이 넘는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저가 전환사채 발행, 꼼수 상장과 인수합병 등 삼성그룹 계열사가 모두 나서 그의 재산을 모아줬다.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인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건도 이 연장선에 있다.
그리고 이재용씨가 불법 경영 승계에 대해 미련을 버렸다면, 오늘의 최순실 게이트도 그 정도가 덜 했을지 모른다. 최순실씨가 미르‧K재단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나, 경제 문화 곳곳에 자신의 심복을 심어놓을 수 있었던 것은, 삼성 같은 거대 물주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삼성은 불법적 경영권 승계에 대해 정부 협조를 얻기 위해 최씨 딸의 독일 유학 생활까지 일일이 챙겼다.
따라서, 이건희와 이재용의 불법 경영권 승계, 경영진들의 막무가내 식 배임 횡령에 면죄부를 준 2008년 삼성 특검이 오늘날의 불행을 만든 중요한 원인이다. 우연한 나비 효과가 아니다. 한국에서 재벌 총수의 경영권 승계는 언제나 정경유착과 헌정유린의 직접적 계기가 됐었다.
오늘 박영수 특검이 정식 수사를 개시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 뇌물죄를 밝히기 위해 삼성을 특별히 더 수사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동시에 특검이 이재용 부회장을 처벌하지는 않고, 적당히 실무진 몇 명을 구속하는 선에서 수사를 끝낼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박영수 특검이 역사의 불행을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재용과 관련자들 모두를 구속 처벌하지 않으면, 10년 후 박 특검은 다시 삼성 특검과 마찬가지로 역사의 반복된 불행을 만든 주체로 기록될 것이다.